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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성지 순례길에서 만남 보살님은 다음 성지순례지를 함께 하고 싶어
저희와 동행을 했었고 불갑, 도갑사를 함께 한 후 헤어졌었는데 당신의 거처는 화암사.
안도현의 시를 읽고 그 화암사가 가고 싶어 여름 날 신도님과 함께 성지순례를 한
화암사는 글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소리 바람소리 속에 나를 황홀케했으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작은 나의 의지를 확고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살님이 떠올라 찾아 보았으나 외출중이었기에 뵙지 못하고 돌아온 이후
여러 신도님께 본의 아니게 화암사 전도사가 되어 혼자서도 다시 가고 몇분 신도님과도
가게 되었습니다.
보살님의 첫 만남에서 백락사 대중을 위하여 아침공양을 보시한 마음씀을 생각하면
항상 빚진 것 같은 마음때문이었는지 나의 책을 두고 오기도 하고 작은 인사를 전하고 오기도 했는데 그럴때는 죄송했었다는 전화를 걸어와 오히려 제가 더 송구했었는데
요번 순례길에서는 보살님이 계서 넉넉한 마음의 인사와 화암사에 계시면서 살았던 옛날이야기를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지스님 모시고 사신지 어언 20년, 죽을 때 까지 살아도 다른 스님이 욕심내지 않을 가난한 절이기에 더 마음편하다며 스님 출타하시면 홀로 기도하시고 살림사느라 바빠서 다른 사찰 참배하는 저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복이 많아 이런 곳에서 산다고 생각하니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라 하십니다.
화암사 중창비(전라도 유형문화재)가 있는 바위에 서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전경을 볼수 있다며 함께 올라 겨울 짧은 햇살 아래 일광욕처럼 좌선을 할 수 있는 당신의 선정터를 보여주시고 사방에 보이는 감나무들이 날짐승의 먹이로 버려진 세월 아름다운 산새를 바라보면서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참 소중한 까닭인 이유를 알았습니다.
갈수기, 유난히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았던 화암사의 땅 아래는 금광의 역사가 있고 지금도
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욕심들이 끊이지 않는데 주지스님은 그 욕심을 끊기 위해 동분서주하시고 있답니다. 옛날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흘렀던 화암사 물줄기를 생각하면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생각납니다.
일년에 한번 스님께서 주시는 휴가를 부처님 성지를 찾아 기도하시는 보살님의 기쁨처럼 우리가 내미는 따듯한 시선이 부처님 도량을 벗어나도 이어질 수 있는 세상이기를 기도해 보면서 절집 내에서도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은 또 무언지 참 안타까운 우리 삶입니다.
화암사 초입 서너 그루의 감나무는 품값이 나오지 않아 버려진 것 같지만 오히려 여러 사람을 넉넉하게 합니다. 빠른 시간 다시 간다면 저는 분명 감나무를 오르고 어린 시절 감나무 위에서 행복했던 시절을 분명히 찾을 것 같습니다. 그 감나무는 보살님의 살림에 포한된 재산이었기에 편안하게 서리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 점심을 해준다는 보살님을 뒤로 하고 화암사 입구 용정중국집에서 또 간짜장을 시켜 먹었습니다. 그리고 주방장과 안면텄습니다.
저의 화암사 순례에는 짜장면이 필수로 들어갑니다.
내 사랑 화암사, 내사랑 보살님 그리고 내 사랑 짜장면.
2011.11.8 춘천교도소 불교교화위원회 성지순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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