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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白雲)
섣달 그믐의 느낌만으로도 추워야하는데 한낮의 기온이 영상이다.
어디서 꽃잎이 삐져 나올 것 같은 이상한 겨울 날씨.
겨울 오그라진 육신의 고통 속에 힘들어하던 영혼들이 방생될 것 같은 1월.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내 욕심일 뿐, 받기만하고 주지는 못하면서 사는 나의 삶이란 무엇일까? 깊었던 겨울밤의 추위 같았던 고민들의 많은 부분은 가치의 혼돈과 영혼의 자유였을까? 모르겠다. 밥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절절했는지?
“인생막장을 경험해 봤나요?”
“... , 그런 경험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막 가는 인생이란 뜻인가요? 인생의 마지막 장이란 뜻인가요?”
어설픈 내 도움에 감사해 했던 어느 지인은 어느 날 오히려 나를 위로했고 작은 희망을 이야기했으며 격려를 주었을 때 내 마음 자리가 뜬 구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네팔 산속의 좌판에서 눈웃음으로 인사했던 아이들. 미얀마 초등학교에서 포옹했던 천사들의 보석 같았던 눈빛. 말레이시아, 어부아버지를 위해 노를 저었던 꼬마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문득 잊고 있었던 나른한 기억의 언저리에 모여드는 흰구름 같은 인연.
청산(靑山)과 백운(白雲)이 마음 밖의 문제는 아니지, 우리 모두 힘든데 마음을 차별하여 사랑을 나누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겠지. 내가 품을 수 있는 울타리가 너무 작아서 안타깝지만 어디에서고 평등하고 충만한 정토이면 좋겠다. 표나지 않은 희망으로 나무도 심고 밭도 갈면서 먼 곳에 있는 이웃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나를 위로했던 모든 것들이 바로 내 앞에 있는 당신이라는 것을 아니까. 당신은 백운 나는 청산?
청산원부동(靑山元不動) 백운자거래(白雲自去來). 푸른 산은 그 자리인데 흰 구름만 오고간다고 했나. 다시 추워진다고 한다. 그래도 입춘(立春)이 얼마 남지 않았고 봄은 올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다고 하소연했던 현실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오히려 위로를 줄 수 있는 당신의 마음씀이 내 마음이 되었음 좋겠다. 이제는 먼저 하소연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더 위안이 된다. 우리는 모두 슬픔도 기쁨도 주고 받는 인연.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흰 구름처럼 세상에 흘렀으면 좋겠다.
흰 구름으로 내가 만나는 희망은 GLOBAL한 세상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우리는 한번 웃기만 해도 된다. 나무 한그루 심기만 해도 된다.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번 하면 된다. 그러면 세상은 모두 웃을 것이고 나무는 무성할 것이며 우리는 모두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2012. 1. 25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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