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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지,
처음으로 반팔차림으로 낮에는 일을 했다.
그래도 늦은 이곳 봄소식은 이제야 목련이 반개했고
겨우 산수유만 만발했다.
나눠먹는데도 부족해 항상 주변에서 구입했던 옥수수나마 자급자족하자고
20접 정도의 씨앗을 심었다. 씨앗 숫자로는 2000개의 알이 수고로움을 정확히 증명해 주고 있다.
10접 정도를 더 심을까? 새로 구입한 농지를 정지하면서 왜 이리 땅 넓이가 아득한 것일까? 나이 들어 체력이 고갈한 때문인지, 미리 더 늙음을 걱정하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용감무쌍하지는 않은 일처리가 요즘의 심정이다.
기승전결이 글쓰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에도 필요한 것 같다.자꾸 주변에서 노후, 노후 걱정이란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내가 벌리는 일들이 옳은 방법일까 걱정이 될 때가 많으며 부재한 시절이 오면 이 많은 일들을 누가 감당할까 걱정이 되다가도 쓸데없는 생각이라 마음을 고쳐먹는다.
삶에는 항상 미련이 남는 법, 최상의 만족이란 사실 없다고 본다.
나이 들음도 순리, 일을 놓아야할 시점도 어느 순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지,
인과의 흐름으로 굴러 가는 세연의 법칙.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마음은 편하게 가지자고 다짐을 하지만 마음먹는 것처럼 쉽게 이 마음이 따라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염불을 하듯 주문을 걸어서인지 이 봄날이 조금은 편해졌으며 가만 생각해 보면 20년의 봄날이 한번도 가슴앓이 없이 지나지 않았던 시절은 없었던 기억, 인생은 춘통을 겪으며 여름 가을을 맞이하는 법인가보다.
일에도 리듬이 있다.
때 되면 서둘러야하는 파종 때문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내가 씨 뿌리지 않았다면 이 고통이 공부가 되지 않았을 이 봄, 감사하다.
곰취 밭에 무성한 잡초들은 언제 메어야하나, 매화가 한 두송이 피어 있음도 그때에 보았다.
겨울 내내 비염도 아닌데 흘러내렸던 코물이 아직도 분별없이 흘러 내리고 스스로 추해지는 모습인가 싶어 고질일까 걱정인데, 우아하고 고상했던 귄세의 상징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무상하고 무상한 내 봄날의 육신이 차라리 나를 담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봄이 되면 세상의 새들이 모두 깨어 노래하는 이 곳.
부활하는 영혼으로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육신은 쪼그라들고 코물은 흘러내리는데 당신도 그런 것에 얽메이지 말고 마음을 편히 가져보면 어떨까요?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2012.4.17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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