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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하루에 눈이 3번 내렸다.
눈이라도 치우지 않으면 정적인 분위기에 압도 될 것 같아 포크레인으로
오후 한나절 눈을 치웠다(아니 밀었다).
밀린 원고를 2년 만에 정리를 해서(2012년 12월 31일에서 2013년 1월 1일 새벽까지)무사히 메일로 보내고 나니 게으르게 뒤로 미루었던 일년 전의 일들은 언제 마무리를 해야 할지 답답하다.
몇 군데 보낸 송년인사가 작은 위로가 되었는지 형식적이지 않은 문자 답장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누군가를 의지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아름답고도 슬픈 일.
가까웠던 인연의 이별이 눈송이처럼 흩날리고
만남과 이별의 의미를 꼽씹어 보면 시간은 찰나이고 존재는 허망함이 되어
내가 머무는 지금은 어느 눈밭인지, 눈물이 어른거린다.
사람에 대한 인연을 놓기가 쉬운가?
성의를 조금만 기울이면 나보다 못한 대상이 어디 있을까?
그냥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싶은데 나이 들어 고집스러움은
차라리 순리인지, 나이 먹는다는 것이 죄 짓는 것 같다.
콘테이너 법당에서 찬바람 맞으며 기도하시는 스님은 목사 동생이 왜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지 슬프고, 공양주 보살님도 없이 혼자서 5시간씩 눈을 치우는 도반은 부처님도 치우고 싶다고 하소연을 하고, 나이 들어 갈 곳 없는 어느 큰 스님은 허망을 몸소 보이시니
원리금에 이자까지 대신 물어야하는 상좌는 벌써 무상의 구경지에 도달한 것 같다.
놓아 버림이 물질만일까?
도리를 지킨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사람마져 놓으라고 충고를 건넨 이는
홀로 세상을 등지고 용케도 버티는 삶이
경이로움 그 자체인 도반.
산새 두 마리
눈 샇인 찔레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 어디서 날아 왔을까? 저 작은 열매가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을까?
얼마나 추우면 비닐 하우스가 놀이터가 되었을까? 많을 때는 열 마리 이상이
수다를 떠는 참새들. 엄포에 부딪치고 출구를 잃다가도 다음날 어김없이 놀고 있는
houserent족 sparrow. 내일부터 먹이라도 주어야겠다.
결국 이 수많은 연관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존재인 나는
이슬비처럼 내리는 눈의 무게에도 버거운데 종일 바라보는 함박눈은
오히려 이 많은 번민을 묻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놓아 버리고, 묻어 버리고 남은 시간은 여분이면 좋겠다.
그냥 감사할 수 있는 餘分.
벌써 2013년 이틀째다.
2013.1.2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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