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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의 소나기로 갈증만 해갈한 나무들의
뿌리에는 먼지가 피어나고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식목한 나무들이 고사한 흔적을 봅니다.
개울물은 말랐고 부화한 이끼들이
시절만큼이나 쓸쓸한 주변환경들이
지금 버텨 준 시간이란 것들에 오히려 고마운 것임을 각인시켜 줍니다.
돌이켜 보면 누구에게나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어느 자리에 누군가 나를 기다려줄 것이란 믿음 때문에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문득 낙조를 보며 늙은 하소연 이야기 할 날이
있겠지요.
쓸쓸함이 뻔한 결과인 듯 인생이 속절없고
무엇을 해도 편안하지 못한 것은 나이 들어가는 까닭인지요.
사람사는 것이 별 것 없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무례하고
배려심이 없는 사람은 잘난 성질 절대 감추지를 않습니다.
이럴 때 많이 생각납니다.
착한 사람들의 얼굴이 조금은 슬픈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두 분 모습이 가슴에 항상 있습니다.
나의 착한 심성이 메마르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에게는 슬퍼보였겠지요.
슬퍼서 서로 기대고 싶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얼마나 많이 힘들고 어려운지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위로 받고, 그래서 살아야겠다는 본능을 일으키고,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기도 할 수 있는 삶은 예쁠 것 같다는 생각,
석모도 갯벌에 펼쳐봅니다.
비가 오면 길을 나설 것 같습니다.
해풍에 누운 벼의 노래를 기억합니다.
일렬의 전신주와 벼들의 신음이 바람에 따라 흔들렸던
어느 여름의 강화는 어디로 갔을까.
그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고 싶습니다.
두 분이 그곳에 있어 무척 고맙습니다.
20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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