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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늘이다. 달빛이 차갑고 별빛 또한 또렷하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어제 불었던 바람의 흔적은 이곳 저곳 낙엽의 잔재로 몸살이다.
이렇게 쓸쓸할까?
월동을 위하여 말끔해진 배추 무밭에는 달빛이 쏟아져 내리고
갑자기 비어버린 채소밭의 텅빔에 새삼스레 눈길이 머문다.
누군가 정상에 올라가면 빨리 하산해야한다고 했었다. 괜히 어정되다 얼어 죽는다고, 겨울은 언제나 이렇게 온다. 문득 첫눈이 내리고, 문득 얼음이 얼고, 문득
여유로워지는 시간의 겨울을 맞이했다.
겨울 같은 내 인생은 지금 하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하산을 하는 중일까?
고독을 이야기하고, 고독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던 말들이 생각난다.
인생은 마지막 순간 고독해질 것이기 때문에 미리 연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던 평범한 사람의 고백이 인상 깊었던 메모.
그런 고독들이 갑자기 닥친 겨울 앞에서 생각이 난다. 인생의 겨울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어차피 삶이 이런 것이라고 마음의 공부는 되어 지는걸까? 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과 인생이 끝을 향하여 흘러가는데 이렇게 방관하듯 지켜보는 것이 나의 한계인가?
가만히 앉아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도 없다. 강박처럼 펼쳐진 일들의 연속이 삶의 목적을 혼란하게 한다. 왼팔을 못 쓰게 된 것이 언젠데 이제 오른팔이 고장이다. 육신은 한계를 안다. 임계치를 넘어선 것이 분명한 것 같은데 일은 끊이지 않고 비명을 지르면서 팔을 써야하는 비극.
중한 병이 걸린 환자에게 당신은 분명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편안히 내려 놓고 자신을 쉬게 하라고” 나에게 먼저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될 것이고
내일 못하면 다음에 하면 되지. 내일 할 일을 오늘 해야만 되냐고 주문을 걸고 내 삶이 한가해지기를 기도해 본다.
겨울이 오는 이유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휴식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주고자하는 자연의 배려이리라.
동면처럼 몸도 마음도 깊은 잠에 들게 하여 충전시켜 보자.
어차피 인생이란 흘러가는 시간일 것이며 지금까지도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침묵과 고독의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껴 보면서
늙고 병든 육신의 회향처가 어디인지 직시해보자.
2014.11.17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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