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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이제 지천이다. 목련은 하늘에 걸린 불꽃처럼 찬란하고 매화와 살구는 하늘을 덮었다. 그리고 앵두꽃과 산수유는 은은하다. 20년 이상 심어 온 나무들을 이식을 하면서 어떤 시절의 도래인지 도량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다. 나무들이 아름다운 만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백락사의 큰 행사는 환경설치미술전이다. 많은 일손이 필요로 하다보니 그때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의 자원봉사가 큰 힘이 된다. 운이는 21살 처녀였고 민태는 가까운 군부대의 23살 하사였다. 일주일 동안 행사준비를 돕다가 눈이 맞았나 보다. 가을쯤 사귀고 있다고 하드니 다음해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좋은 일이라 축하만 하면 되는줄 알았드니 백락사에서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좋은 일이지 허락을 하고 보니 모든 준비를 백락사에서 알아서 해주기를 양가에서 바랜다. 택일은 여름행사 마치는 날로 잡고 대웅전 앞 마당을 결혼식장으로 꾸미는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과 성스러운 공간이 그날 백락사였다고 자부 하면서 일반 결혼식장에서 보는 결혼식 풍경과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모두가 주인인 그런 축제를 만들었다. 축가를 들려주신 이교도인 성악가인 지인은 이런 결혼식 연출에 상당히 감동을 받았는지 시간만 나면 그 이야기를 한다.
백락사에서 올렸던 첫 결혼식이 여름 축제인 환경설치미술전의 마감 행사로 빛난 점도 있지만 사찰이 가진 공간의 우수성은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아도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기에 더 편안하게 치룬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가 탄생했다. 작명을 해주고 목련꽃 피는 이즈음 어린 세명의 가족들이 첫나들이를 왔다. 백락사 풍경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올해 여름행사가 10주년이 된다. 작년 일본에서 자전거여행을 온 일행은 백락사에서 차한잔 마시고 당신이 손수 만든 민속악기를 연주해 주어 행복한 기억을 다실에서 만들었는데 올해 행사에 당신도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어차피 국제전으로 치루어지는 행사인데 외국인의 축하 음악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행사 오프닝 기념음악회에 참석했던 뮤지션은 백락사가 너무 인상 깊었다고 동남아 합동 그룹의 앨범 화면 바탕을 백락사에서 찍어도 괜찮겠냐고 연락이 왔다. 아름다움을 누군가 함께 느껴 준다는 것이 예술의 본질아닌가. 누군가 사람포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나는 여기 나무 한그루에 모든 것을 바쳤는지도 모른다는 회향이 내 삶의 목표가 되었다.
돌이 시가 되고 나무가 노래를 하는 절 ‘백락사’가 로고다. 천년고찰의 명승 대찰과 비교될 수 없는 공간이지만 20년 이상의 역사 위에 나무가 늙어 가고 있고 돌에는 이끼가 피어간다.
이제 태어난 아이들이 성년이 될 즈음 나는 늙은 나무 아래 기대어 오늘을 한바탕 꿈처럼 회상할지도 모르겠다. 20년 전의 봄바람 부는 황량한 밭에서 쓸쓸하고 허망한 느낌으로 홀로 밭을 일구던 그런 모습이 아닌 그냥 감사하고 갈 길을 아는 고마운 회상으로 꽃 피는 모습 바라볼지 모르겠다.
환경 설치미술전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작업을 한 공간이 마무리 되었다. 이제 태어난 “차승효”“김수영”의 이름을 새겨서
10년 후, 20년 후 어떤 의미가 되면 좋겠다.
어떤 이름이 시가 되고, 나무가 되어 노래를 하는 공간, 백락사는 늙어 간다.
늙어서 예쁜 절이 되어간다.
2015.4.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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