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오늘 아침 기온이 7도로 뚝 떨어졌다.

낮 기온이야 많이 오르겠지만 가을걷이에 지장을 받을까봐

생각이 많아진다.

토란도 캐야겠고 고추잎과 남은 잔고추들도 모두 따야겠다.

들깨도 베어서 말려야하고 족풀씨도 받아야겠구나.

그리고 겨울용 화목도 미리 미리 준비를 해야겠고

돌조각 할 것도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하는구나.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니 해야 할 일들로 마음이 심난하지만

하늘의 풍경은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올 들어 가장 아름다운 별들의 반짝임을 본 것 같다.

어제 아침 백락사에 들려 아침공양을 하고 봉정암에 올라가신 분들

또한 이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늘에 더 가까운 발걸음이 얼마나 황홀할까 상상이 된다.

설악산 봉정암 아래까지 단풍이 물들어 온다고 했는데

여기는 벌써 단풍나무 가을빛이 완연하다.

어떤 수고로움이 지나쳐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가을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여기 눈앞에 보이는 가을의 향연들이

나를 위로하고 나를 격려하는 메시지인 것을 인정하는 가을.

많은 일들과 짐들이 오늘밤을 지새우게 했지만

그러나 하늘을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인 것을

어찌 무심할 수 있으리.

나의 약속과 희망들이 모두 불가능하지 않은 불보살님의 가피일 것을

이 가을 향연 속에 확인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밤하늘의 잔치를 만끽하면서...

2016.10.9.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