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산골에
마음만 한가로운 시인은
또 삶의 고통이 없을까
어떤 핑계도 찾지 못해
마음으로만 그렸던
시인의 집에는
늙은 호박이 아직도
있을 것 같고
겨울살이를 위해 화분 여러개도
있을 것 같다.

작은 약속도 쉽게 하면 안되는데
해를 넘겨서도 많이 기다려야 하는
빚은 마음의 짐이 되는데
시인의 꿈을 이루었다는 소식에
왜 내 빚이 탕감된 느낌일까?

어떤 마음을 내준다는 것,
힘들고 어려울 때
큰 위안이었고
힘이 되었던 경험.
시인은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기도하는 그리움으로
마ㅡ음을 바쳤다.

축하드립니다.
누구에게나 밝히고 싶기도 하고
아무에게나 이야기하지 않아도
등단의 꿈을 이루었다는 감격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런 소식을 받은 저는 황송합니다.

사람을 아끼는 감성의
삶이 더욱 살가워질 것이고
가난해도 배고프지 않을 득도의
길에 들어선 것이기에
삼가 예를 바치고 싶습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 험악한 세상에
얼마나 고마운 소식인지,
동토의 이 곳 정원이
봄 소식으로  가득할  기다림인지를
알겠습니다.

저의 약속이
시인의 영광스러움에
작은 기쁨이면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새해.
이 행복으로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드리며
인사드립니다.
근하신년!

   2017.1.22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
 

*시조 당선자 김종호(59) 씨는 신춘문예 3관왕이다. 198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으로 등단한 이후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선 동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올해 시조에 당선되면서 이른바 '운문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김 씨가 시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시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여 년 전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다.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던 김 씨는 이론과 창작을 겸비하면 좀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5년여 전부터 시조 쓰기에 나섰다. 절제된 언어로 간명하게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어려웠다는 김 씨는 "전통을 담아낸 일본의 하이쿠가 전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듯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시조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부산일보 발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