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변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새로 고친 현관의 방부목 때문인가 의심하다가

문득 혹 집나간 “멍청이”가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미치니

머리 속이 미쳐지는 느낌, 너무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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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싶어 모두들(오후 학생들도 들어오고 외국작가들도 3명이나 있었음) 저녁을 먹고 있을 때 혼자 어두운 주변을 돌아 보니

꼬리 부분의 멍청이 온전한 부분과 모두 부패되어

흔적만 남은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진다.

이렇게 오래동안 자취를 감춘적은 없기에 내일이면 돌아 오겠지

매일 아침마다 기다렸는데, 서둘러 다른 사람이 보기 전에 사채를 수습하고

나무 가지를 태우고 있던 곳에 화장을 시키며

가슴이 아파 좋은 나무 여러개를 정중한 예의로 쌓았다.

오늘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오후 잔가지를 소각할 수 있을 정도로 비는 내리지 않았고

늦은 밤 멍청이를 화장하면서

2년의 인연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 간다.

고양이 같지 않은 고양이 멍청이는

이름이 청이고 성은 멍씨이다.

작년 한겨울 포행을 하면 먼저 길을 마중하였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항상 기다리고 있었지.

먹이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고양이들이 먹고 나면 여유 있게 먹고

많은 사람이 법당을 참배하면 법당에 들어와 방석 한자리를 차지 하고

내 발길질에 쫒겨나곤 했었다.

낮잠이라도 자는 모습을 보면 다리를 하늘을 향하여 얼마나 태평스럽게

자는지 사람이 오고 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멍청이의 할머니뻘 사랑이가 다리 건너 새끼 5마리를 물고 왔을 때부터

조금씩 겉돌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보이지를 않아 곧 나타나겠지 생각했는데 머리를 하늘을 향하여 죽은 것은 왜일까?

어디가 아파서, 자다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동물 병원이라도 한번 다녀 왔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자꾸 가슴에 남는다.

새벽 또 비가 내린다.

아직 화장한 곳을 가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너의 모습은 한 줌의 재로 남았을 것이고

백락사의 많은 고양이들에게서 먼저 너를 생각할 것이다.

올해 태어난 “멍정이”가 너를 대신 할 순 없겠지만

이삼일 전부터 유난히 순해지고 나를 따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청아!

고맙다. 사람에 실망하고 세상에 주눅 들었을 때

너는 나를 행복하게 했었고 기쁘게 해 주었단다.

좋은데 태어 나서 다시 만나자구나.

귀족 같은 너의 모습과 한가한 성품의 여유로움을 쪼잔한 인간들도

따르지 못했을 너는 짧고 굵게 살다간 멋쟁이다.

극락왕생하라.부디.

2017.8.17.새벽 선화당에서 성민

*2016 년 어느 가을 시원이와 함께 한 멍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