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인다.

어느 길이든 끝은 있다.

편하게 이렇게 말하곤 하지 않았나.

“지나 가리, 이 시간도 이 운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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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너무 더뎠다.

그러나 일주일은 너무 빨랐고

한달은 더욱 빨랐다.

나에게만 보이는 세상과 고통이

이제는 지나간다.

새벽이면 영등포 역 로비에서

노숙자의 숫자를 세고

영등포 시장의 개점을 함께 했던 낯익은 상인의

싱싱함도 기억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아침해장인지

아침 술인지 판을 벌렸던 젊은이의

새벽은 흐릿하지 않아 좋았다.

병실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죄송한 일이다.

그래도 어렵게 방문해 주신 분들의 격려로 힘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너무도 예상치 못한 재난이라

마음이 나보다 더 아픈 분들은 여러번 수고를 아끼지 않고 방문해 주셨고

젊은 친구들은 병원비에 보태라고 목돈을 모금해

보내왔다.

세상을 살면서 나만 잘하면 되겠지 생각했었는데

나를 지켜줄 오래된 인연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투병의 시간에서 발견한 내 삶의 자취를 회상하는 시간인 것 같아

외롭지 않았고 감사했다.

지나간다.

병실을 지키는 시간도 그리움이 될 것이고

내 일상의 시간이 하루 하루 얼마나 감사한 시간임을

되새겼던 다짐도 옅어 질 것이다.

그래도 내 마음을 평정한 아픔의 시간들이

남은 내 인생에 하나의 전기가 됨을 나는 안다.

나의 아픔에 위로와 격려를 주었던

당신에게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당신이 주었던 마음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나도 당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을

부처님 전에 고한다.

2017.10.19.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