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다.
그리고 빛난다.
하늘 아래 소요한다는 것이 이렇게 큰 축복인지는 몰랐다.

너무 많은 일들 때문에 가끔 비라도 오면 좋겠다
노가다 쉬고 싶은 넉두리가 내 일상이었을 때도 있었는데
해를 보면 안되는 특별한 상황 앞에
내 얼굴이 그렇게 중요한가 회의가 든다.

나의 본질은 지금까지 꾸려 왔던 내얼굴이 있고
내 몸뚱이가 있고 내 정신이 있는 걸까?
나라는 것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환경의 변화는 순간적이고
그 이후부터 달라진 내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이 된다는 것,
늙고  병들고 정신도 오락 가락 할 것이고
저 늙은이 하며 어느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할 나는
주변에 가득한 상황과 무엇이 다를까?

그렇다고 미리 내일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일을 자각하고 있을 뿐이지만
슬프지 않을 일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격정을 겪고 보니
사람의 내면이 보여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
세상살이 폭이 넓어 진 것 같다.
측은지심의 마음이야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 미치는 작은 감동은
사고 후의 전개였기에 내 삶이
어떠해야하는지 반면교사가 되었다.

가을 밤에만 씩씩했던 내 걸음걸이가
2018년 봄에는 낮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다행이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니기에
와신상담이 될 기억은 아름답지 않을까?
밤마다 나의 기억을 펼치고
어느 봄볕에서 이 기록이 떠오르면 좋겠다.

인생은 가끔 기다림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은 나이에 알았지만
그래도 늦지 않았다. 고맙다.감사하다.
나의 천사들이여.

                    2017.10.23 한강성심병원 1005호실에서 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