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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가장 좋은 일은 어떤 일이든 서둘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 살아 보았더니 이것도 저것도 별 것이 아니라는 어떤 위로가 또한 만들어졌다는 점도 보너스.

젊었을 때는 부럽기도 하고, 하고 싶기도 하고, 인정도 받고 싶었다는 것이 삶의 흐름이었는데 어느 나이가 되고 보니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싶은 관조가 생겼다.

한 때는 나누는 것이 참 행복할 때도 있었다. 마음도 물질도 나누어야 세상이 행복해지는 것이라 맹신적으로 매달린 때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착한 소비를 나눔이라 착각하며 보낸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습관적으로 그런 행동을 할 때가 있지만 이제는 의미 부여를 의식적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이듦일까?

시절인연이 부르는대로 살자.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 감사하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미운 사람이 앞에 있으면 타산지석의 나는 아닌지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것이다.

영화와 부귀를 누렸던 지인은 한몸을 의탁할 곳이 없고 권세는 십년을 가지 못하는 것처럼 자연인으로 돌아가 인생 육십은 길지 않음을 토로하던 정말 멋진 선배님들!

모두 나를 조로(早老)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현명함에 다가가게하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진정 나를 자유롭게 했던 것은 시련과 불행이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니 인과를 따지기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상의 평범함, 무료함 그리고 사소한 행복들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이제 죽을 때 까지 놓지 않을 자산이 되었는데 함께 늙어 간다는 것,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진리가 공허하지 않은 내이야기인 것을 기억해주시길.

한해를 보내면서 좋은 일을 할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누군가 물으면 이제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 나이임을 고백해야겠다. 서두를 일이 없다는 것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뜻도 될테니까?

2018년 12월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