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분주히 나무를 심었다.

아침 반개한 꽃 몽우리가 한나절 후 만개한 산수유는

봄빛처럼 흐릿하지만 부질없이 바쁜 마음에 작은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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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월의 나무 시주가

하루분량의 작업을 넘어 섰는데

용케도 모두 식재를 하고

아직 삭막한 봄풍경이 순식간에 푸르게 변한 백락사의

아름다움은 나에게만 유별할까?

누군가는 유훈처럼 기억되는 목련을 기억하고

백락사를 찾아 올 것이고

나무와 인연이 된 지인들은 세월이 많이 흘러도

의미들을 되새길 것이다.

이 봄에, 때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하는 나무심기는

그래서 소중한 행사이기도 하고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나무 사이에

시인의 시비 또한 올해도 세워진다.

부처님 오신날, 내가 먼저 가득한 행복을

만끽하고 나눠줄 수 있어 고맙다.

부디 백락사의 즐거움들이

나무와 돌과 사랑이라는 것 기억해주시고

부처님 오신날의 작은 등불 하나가

이웃을 위해 밝혀지고 있다는 것,

모두 행복해 하시길 축원드립니다.

2019.4.

돌이 시가 되고 나무가 노래를 하는 고운절 백락사 주지 성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