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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이던

여럿이 모여 수다를 나누고

누군가의 흉을 보거나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모임들을 보면

왠지 정감이 간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동료가 있다는 것,

가족이 있다는 복수複數는

자유가 구속된 재소자나

외로운 길을 선택한 고행자에게는

한번씩 사무치는 갈증을 어쩌지 못하는

원인이 된 적도 있으니까?

백락사에 노스님을 모신진가 벌써

7개월째에 접어든다.

겨울내내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시드니 봄이 되니

다리가 아프다고 식사 후 방에 누워

종일 TV만 보신다.

저혈당 쇼크로 병원에 10일정도 입원도 하시고

돌아 온 후는 더욱 걷는 것이 힘들고

가끔 찾아 오는 분들도 이제 소식이 없어

하루 일과가 독수공방獨守空房과 같다고 해야하나?

삶의 습관처럼 나들이도 싫다고 하시고

지인이 있는 곳에 잠깐 외유를 권해도 싫다고 한다.

공양주도 없을 때면 세끼의 식사 때문에

나는 꼼짝을 하지 못하고

노스님의 노쇠한 뒷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흥망성쇠를 회고하는 시간은

나의 미래 모습인 것 같아 삶이 아파진다.

한때 내 옆에 있었던 고마운 분들에게

못다한 인사를 보내고, 지금 내 옆에 계시는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인생은 이렇게도 짧고,

이렇게도 길다고 느껴지는 목격자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1일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