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이란 것이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계획을 세우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하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지만 우연한 여행 속에 만난 사소한 일들도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서 항상 느끼는 안도감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아마 돌아 올 집이 없다면 떠나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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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여행이었지만 처음 여러 날은 불면의 연속이었다. 내 인생에 펼쳐진 상상 못할 일들이 현실이 될 것 같고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 또한 나의 영혼이 길잃어 헤매는 고통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낮에는 일행들 때문에 웃고 있었지만 밤에는 혼자서 밤을 세우고, 대책이 없는 상황 때문에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면서 또 새벽을 맞이하는 여행길 위에 무심코 들고 온 책을 손에 잡았는데 틱낫한 스님의 잠언집 “너는 이미 기적이다”라는 책이었다. 책 제목만 보았을 뿐인데 이번 추석연휴에 일어났던 홍천아산병원의 응급실 상황이 떠 오른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백락사 절에 있는 처사가 추석 다음 날 연휴에 벌에 쏘여 급하게 응급실로 갔는데 우리보다 조금 전에 도착한 엠블란스에는 시신이 있었고 119대원들은 급하게 영안실로 옮겼다. 우리는 응급실 환자가 너무 많아 연휴특별계획으로 오전진료만 보고 있는 제2내과로 가서 조치하라는 응급실 지시에 따라 진료실 앞에서 진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환자가 많아 대기하는 시간이 거의 30분이 지나 호명을 받고 의사선생님의 방문 앞에 앉았는데 갑자기 응급실에서 심정지 환자가 왔다고 내과의사 선생님 호출이 오고 우리 처사는 기약없이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어느 순간 응급실 쪽에서 처절한 울음이 들려 왔을 때 백락사 처사의 진찰이 가능하고 응급실에 가서 주사 맞아야하는 처방을 받았다. 일렬의 간이 침대 입구쪽에서 주사를 맞는데 바로 옆에는 방금 돌아가신 심정지 환자가 있었다는 것.

  추석 연휴 두분의 시신을 보면서 문득 내 삶도 보너스 같은 휴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먼 이국에 와서 가을여행의 비장함을 사라지게 했던 단 한구절 “우리는 이미 기적이다”

  집이 없어도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나는 돌아 왔다.

                          2019.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