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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한다는 것은, 관계의 시작이 아닐까? 가슴에 좋은 생각이 있어도
누군가에게 털어 놓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 줄 수 없다. 이 많은 생각과
존재의 의미들이 나의 손을 잡아 주고 말 한마디 하는 어르신들의
부재들로 내 삶의 회고가 빠르게 되는 일반 요양원 법회.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유전이 있어 빠르게 모든 기억을 잃어 가는
k는 남매가 함께 입원한 상태였는데 처음 만남에 목탁을 따라하는 동작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법회가 있을 때 마다 목탁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 웃으며 주곤 했었는데 거의 일년 만에 먹고 씹는 기억을 놓아 버리고
문득 운명을 달리했다. 50대의 건강해 보였던 첫 대면부터 젊기 때문에 더 빨리 기억을 잃어 간다는 요양사의 설명에 안타까움이 더해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병실을 찾곤 했는데 어느 날 문득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느 날을 위해 살지 말고 피끓는 오늘을 살아야한다고 어느 카피에서 본글이 새삼스럽다. 익숙하게 둘러보는 병실의 빈자리가 의미하는 침묵은 내 일상의 되돌아옴이 긴 시간이 아님에도 길고 무겁게 느껴진다. 존재하는 내 모습은 행복한가?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이겠지?
한 달에 한번을 어떻게 나는 마주하고 있지? 참 빠르게 온다. 내 삶이 치열하다는 뜻일까? 나이 들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상대성이겠지만 어느 할머니의 환대는 또 얼마나 절실할까. 법회에 가면 손을 잡고 자주 오면 안되겠냐고 청을 하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이번에는 노력하겠다는 대답이 아니고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의 약속을 스스로에게 했다.
천수경, 발원, 축원, 반야심경 순으로 30분 안에 법회를 마치고 일어서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자발적으로 흘러간 옛 노래를 불러드린 것이 벌써 두해가 됐나? 잘하는 노래야 자연스럽게 부른다지만 매월 레파토리를 바꿔야하니 법회 몇 일전에는 노래 선곡부터 연습까지 꽤 신경이 쓰인다.
연습을 실전처럼 했는데도 스스로 실전에 실망한 다음 달에는 잘하는 곡으로 만회를 하고 법회보다 노래에 환호하는 요양원 가족들에게 노래도 말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약속이 소중할 때 말부터 먼저 뱉고 본다. 그렇게라도 약속을 하지 않으면 마음 뿐 좋은 의미들이 가슴에서 사라지는 것을 너무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사람을 만나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순간 내 삶의 소중한 의미라고 생각되어지면 말부터 꺼집어 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어느 때부터 낯익은 내 생활이 되었다.
어느 할머니의 늦은 밤 대화가 길어져 오늘은 일찍 주무시고 내일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돌려 보낸 요양사는 다음 날 돌아 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 드릴 걸, 우리 시간이란 이렇게 절절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의 말이란 세상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달 도전 곡은 성악이고 이태리말로 되었고 내용은 영혼의 자유를 노래했답니다. 말을 먼저 뱉었지요.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을 어찌 취소 할 수 있겠습니까? 자주 오면 좋겠다는 당신의 절절함이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노래 연습을 할렵니다.
밭가에서 중이 염불하듯 씨앗 뿌리고 있다면 저입니다.
말이 먼저 인 벌로 염불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어차피 이 삶이란 마지막일텐데 저도 하고 싶은 것 하고 갈렵니다.
2015.4. 선화당에서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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