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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멀어져 가나 봅니다.
열정도 사연도 가을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가버리고
사람 사이에 남았던 그리움들만
작은 미소속에 기억될 뿐입니다.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기억들도
스치듯 보였던 뒷모습뿐이지만
언제나 옆에 있는 것처럼 ,
부르면 달려올 수 있을 것 같은 가까움이
아직도 또렷하기에
슬프지는 않습니다.
많은 시련들이 지나갔습니다.
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고 맑아
요즘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천복을 다 누릴 수는 없지만 주어진
자연의 싱그러움만으로도 이리도 행복할 수 있는데
사람과 부딪쳐 마음 아파지는 순간까지
이 행복함 온전히 나의 몫이지 않은가?
늦은 밤의 소쩍새소리.
아침이슬이 동기와에 맺혀 한방울씩 낙수지는 모습.
고양이 먹이 달라 얌전히 앉아 눈을 마주치는 모습.
작아도 나무 가지 휘어지도록 익어 가는 못난 배.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무우,배추의 싱싱함.
몸이 아파 휴양하고 있는 황처사의 부지런함 때문에
회양목 말끔하게 전지된 모습.
그리고 찬 한잔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 가는
선화당의 차 한잔이
이 가을의 행복입니다.
지금 주어진 것과
지금 바라보는 것과
지금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다시 생각하면서
마음은 언제나 우리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행복
함게 나누고
소중한 아름다움
함께 키우므로
세상 그 어디고 존재하지 않는
(어디고 존재하는) 그런 행복을
이 가을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밤송이 소리내어 벌어질려고 합니다.
생밤 아작 소리내어 하나 먹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백락사에서
9월 9일 선화당에서 성민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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