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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것이란?
계절은 말없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취하지 않으면 어색한 우리들은 그 멋에,그 멋을 사랑하면서 이 가을을 맞이 하면서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말랑 말랑한 감성으로 각자의 고뇌를 헤아리는 이 가을에 미국에서 이 편지를 뛰웁니다.
낳선 곳의 두려움은 나이들어도 변하지 않고 만만한 것이 새삼 없다는 공식을 인생살이에 들이 밀어도 괜찮은지는 몰라도, 어느날 몸에 익어 버린 삶의 틀이란 것이 거추장스러워 질때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가고 오는 것이 자유러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이렇게 먼길을 떠나는 많은 이유들은 접어 두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느껴지는 우리 사는 이유들의 의문들이 때로는 고맙고 때로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단 한사람의 감동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곳에도 걸인은 있고 햄버거 집에는 한끼의 빵을 구걸하는 노숙자도 있습니다.가득 채운 봉지를 들고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전 하나씩을 주고 가지만 이사람은 동전 주는 것을 좋아 하지는 않지만 정말 필요한 것이 빵이란 것을 알았을때 온전한 빵 값을 주는 것을 좋아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적선의 감동에 단칼의 베어짐을 느낍니다.
또 이곳은 팁 문화가 생활이 되어 있는 곳입니다. 음식을 먹고 나오면서 음식맛이 좋든지 혹은 친절하면 음식값의 20%정도는 팁으로 주어야 하고,호텔에서 자고 나와도 머리맡에 1불 정도는 놓고 나와야 하는 문화 속에 주지 않는다고 잘못 될 것도 없지만 이 사람은 팁에 인색했습니다.그러나 어느날 작은 호텔의 메니저를 불러 이곳에 일하는 사람이 모두 몇명이냐? 모든 사람에게 팁을 나눠주라고 적지 않은 액수를 주면서 자신이 주었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 것을 당부 하는데 팁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팁을 받을 수 없는 곳에 일하는 사람도 있다는 지적에 익숙함의 선행보다는 보이지 않는것을 헤아려 본다는 것은 얼마나 큰 심안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고 빈부격차가 있고 별일도 많지만 이곳은 땅이 넓다보니 자연의 재앙도 더 크고 인간의 갈등도 더 큰 것 같습니다.
서부 어느 골짜기에서 만난 목공예 점원의 밝고 맑은 인상의 대화속에 동부 미시시피강의 재앙 때문에 집도 잃고 직장도 잃어 버렸는데 정신과 의사였다는 자기 소개 그리고 이곳에 온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지만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감동이 있기에 너무 행복하다는 강한 사투리가 나그네의 무거움을 줄여 줍니다.인생은 별것이 아니다.빈몸으로도 이리 살만하며 혹은 죽기 밖에 더하겠냐는 농담이 어느날 절절한 것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지만 돌아 보면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그만 그만한 고통이 떠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보고 넓은 땅을 둘러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없는지 고정의 인식은 없는지 되돌아 보면서 오늘은 로스엔젤스의 한국 타운에 있는 한국 교회(동양선교센타)에 가서 예배 구경(?)을 했습니다.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의 모든 한국 젊은이들이 이곳 교회에 오는 것은 아닌지 의아할 정도로 많은 수의 젊은이를 보았습니다.혼을 빼듯이 찬송하는 열창과 밴드 그리고 합창,스크린의 활용을 보면서 경외와 슬픔이 교차했습니다.선택의 폭이 없는 신앙은 얼마나 불쌍한가?(분명 이것은 내 주관) 인자하고 상냥한 목사님의 설교가 내 논리로는 이해가 될 수 없는데 저 많은 젊은이들이 맹목으로 추종해야하는 그 삶들이 슬퍼 기도 했습니다.한국 교회 바로 옆에 한국 절이 있는데 한국 스님 제발 노보살님만 기다리고 있지 마시고 저 젊은이를 붙잡아 바른 길로 인도해주소서! 지금 이시간에 저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한국절의 젊은 스님은 낮잠을 자고 있었답니다.사시에 염불했다고 피곤하다나요?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샐까?
고민하는 것도 사는몫인지라 중이 가진 편견을 결국 벗어 날 수 없음에 슬퍼하면서 내 삶에 이리 많이 웃어 본적도 없었던 기억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숨이 넘어 갈듯이 웃었던 한국 처자의 단언 "웃음만큼 아름다운 명상은 없다."는 미국의 밤이 아름답게 저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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