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아제 아제 바라아제 2005년 12월호 원고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432
솜옷을 꺼내입고도 추위가 가시지를 않아 정말 겨울인가, 그 긴 겨울을 맞이하는 모양이구나 마음을 추스립니다. 연못에 얼음이 꽁꽁 얼고 아침에 서리 내린 모습이 눈이 온 것처럼 하얗습니다. 목화송이는 바람에 날리어 어디론가 사라지고 뼈대만 앙상하며 월동채비에 잡다한 식물들은 방안으로 이사를 하여 도량이 쓸쓸해 보입니다. 바람에 쏠리는 것들이 낙엽뿐만 아니라 마음 한구석도 휑한 바람 소리를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고 사는 것이 괜히 쓸쓸해지는 것 같아 주어진 것들의 아픈 인연을 떠 올리면서 쓸쓸함보다 무거운 삶의 축복을 되새김합니다. 우리가 옆에 있다는 것이 이리도 고마운 일이고 그대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 것을 떠올리면서 이별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사무친 그리움이 유별한 그런 이별을 생각하면 나이든다는 것은 많은 이별의 가능성 때문에 더 쓸쓸해지고 가슴 시리며 작은 안부라도 나눌 수 있을때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멀리 있는 그대를 생각하면 멀리 있다는 상상의 제약이 더 그대를 그립게 만들고 부재의 운명이 꿈처럼 현실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느낌을 받을 때에는 울고 싶어질 때 울 수 없는, 울고 싶지 않을 때 울 수 밖에 없는 더 쓸쓸한 자신만 남겨지는 것 같아 이 겨울의 차가움이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빚을 진 것 같은 무거움은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일상의 분주함과 내일은 할 것이란 미룸의 중병인 게으름의 변명인 것 같아 오늘은 이렇게 해야 될 일을 정리해 봅니다. 안부 전화하기,편지쓰기 그리고 그대를 위하여 기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대 얼굴에 피어 나는 즐거움 때문에 가족과 이웃이 그리고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 겨울이 조금 덜 추워졌습니다. 일상의 작은 기도가 수행이 아니라 말할 수 없을 때 저는 더 행복해 집니다. 낱낱의 작은 기억들속에 그대의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차한잔 하실까요?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