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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선택일까?
선택받음일까?
아이를 둘이나 키워봤지만 돌이켜 자신이 싫을 만큼
아쉬움만 남았다.
부모로 성공한다는 것, 돈으로 모두 보상한다는 뜻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길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감사했다. 도를 이루겠다는 원력만으로 거만한 이를 만나면 불쌍했다. 아이 한번 키워보지, 이 세상의 부모들이 얼마나 큰 도를 이루어 부모가 되었는지를 알면 머리깍고 도 닦는 것 별것 아니란 표현,
이 땅의 많은 스님들께 비난 받을까?
착한 부모와 착한 자녀들이 내 주변에는 너무 많아서 나는 행복하다.
나는 착하지 않는데 주변은 착하고
이렇게라도 살다 보면 나도 착해 지겠지, 내 삶이 선해 지겠지
그래서 저 아이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도 착한 스님으로 기억되겠지
작은 희망을 안고 백락사 작은 뜰을 거니는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09년의 불자 수첩에
아는 아이의 얼굴이 있다.
눈에 가득한 눈물이 내가 뿌린 고통처럼
기억되는 짧은 인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느 개구쟁이처럼 씩씩하게 자라고 있을까?
한번쯤은 이곳 생각을 하고는 있을까?
책 표지의 슬픈 시선이 이제는 무관한 삶의 발랄함을
기도하면서 인생의 어느 교차점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영원한 이별도 아니고 이 땅 어느 곳에서
마음 한구석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닌가?
정명스님(6살 때 조계사에서 단기 출가하여 받은 법명)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사진 속의 맑은 눈동자가 내가 간직해야할 삶의 기다림처럼
나는 늙어 가고 세상은 어지러워진다.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만 자라다오.
그래서 어느 날 영화처럼 우리 만날 수 있을 때
이 사진을 펴 놓고 낄낄거릴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마.
마음이 바람에 일렁이며 나는 갈 곳을 몰라
어디고 떠나야만 할 것 같았는데 머무는 바람으로
내 자리를 붙들어 본다.
하찮은 약속은 없다.
바람에 무우, 배추 속이 차듯이
그리고 너희들이 그렇게 자라는 것처럼
허한 내 마음을 채워본다.
너의 눈물이 내 마음에는 약이 되었다.
내 아무 하는 일 없이 살았다 해도
이곳 나무는 울창해졌고 돌에는 생기가 느껴진다.
내가 늙어 사라질 때
너희들이 이곳을 채워다오.
내 착한 인연의 아이들아.
가을 바람에 이 기도 뛰운다.
08.9.9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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