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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顧無親이었던가?
돌아보아 왜 이리 막막한가.
도량에 구르는 낙엽은 바람 따라 자리를 바꾸고
사람 사는 곳은 어느 곳이고 불안해 보이는 안타까움이
더욱 마음을 시리게 하는 것일까?
벌써 얼음이 얼고
아침이면 무서리 천지가 하얗다.
월동준비가 끝난 밭들은 을씨년스럽고
한번만 손이 가면 마음도 정갈해질 것 같은데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게으름 앞에
변명거리를 찾아본다.
나이 들어 서두르는 법이 없어진 것도 연륜인가.
만사 일처리가 순서 없이 늦춰지는 것이
당연지사가 되어버린 지금, 어디 행사라도 있을 것 같으면
제일 막막하다.
준비해야할 것이 많지도 않지만 시간에 임박해
챙겨야할 것을 챙기고 문을 나서야하는 서두름 앞에
언제쯤 게으름과 서두름의 중도를 맞출 수 있을까?
밤이 길어진다.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긴 겨울밤의 쓸데없는 고민이 삶을 긴장시키고
문풍지라도 발라야겠다는 내일이
아득한 시간이 된다.
내 인생에 매진했어야 했던 소중함들은 길을 잃어 버렸는데
겨우 바람소리에만 마음이 쓰이는 내 그릇이
왜 이리 초라해 보일까.
낙엽을 쓸고
문풍지를 바르면서
소소한 내 고마움은 어떤 의미이며 우리들의 인연은 별 것이 아닌지
헤아려 봐야겠다.
이제는 완전한 겨울이다.
삭막한 겨울 삭풍이 온 나라를 감싸고 있는데
내 이곳에서 따듯한 구들로 자리 지킬 수 있을까.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내 웃음이 내 것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에겐가 선물처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겨울 춥지 않다.
문풍지 하나 덧붙인 것 밖에 없는데...
주문을 걸어 본다.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트마 즈바라 프라바르타야 홈”<광명진언>
11월 18일 새벽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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