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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시리다.
그냥 차가운 것이 아니라 살갗이 금이 간다는 느낌일까?
먼 길을 오시라 해서 죄송하기도 했지만
순수한 절집 음식이 다른 어느 음식보다도 맛있을 것 같아
송년회 겸 백락사에서 저녁 공양을 하시게 되었네요.
어느 나이 정년을 앞두고
열심히 살았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몸도 나이도 아쉽기만 할 것 같은 역량이
마음 착잡하지는 않을까 상대의 입장에서
느껴보는 내 마음은 지나친 기우일까?
공양주 보살님 음식 맛은 이제 입신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푸성귀 넉넉하면 모두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다
뚝딱 음식이 되어 나오면 하나 같이 맛있어
이제는 시장에 가는 발걸음이 자꾸 뜸해집니다.
소식(小食)이 좋다고 해도
밥이 맛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많이 먹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백락사 공양간에
있는 것 차려 놓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즐거움을
나누면서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지요.
두 분을 위하여 법복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시자마자 법복으로 갈아입으시고 부처님께 참배를 했지요.
그리고 선물로 드렸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시면 입으실 일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밤늦은 시간 법복으로 정좌하시면
또 다른 삶의 의미들이 유추되지 않을까?
놓아 버린다는 것, 자유스럽다는 것 등의 정의가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시간 빈 몸으로 수행하시는 수행자의 옷이
많은 고뇌를 자유스럽게 했으면 좋겠다는
제 마음의 선물이었습니다.
옷이란 것이
사람의 신분을 상징합니다.
제복은 그 옷에 맞는 태도를 요구합니다.
평소 훌륭한 제복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셨지요.
이제 법복으로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보는 것은
또 다른 드러냄이기도하지만
자신을 숨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얽메이지 않는 자유를 느끼세요.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의 홀가분함이
이제 주어진 행복처럼 한번 걸어 보세요.
수행자의 옷에는 나는 없고 타인만 존재하는 시선이 있답니다.
먼 길을 돌아가시는 길에
바람이 너무도 차가웠지만
백락사를 밝힌 많은 전구들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송년의 밤이었습니다.
새해 함께 하루 밤 새우자는 약속이
기다려집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happy new year!
2008년 12월 마지막 날 새벽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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