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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가까우면
얼굴이 뻔뻔해지나 봅니다.
웃지도 않으면서
농담을 할 수 있고
농담을 하면서 웃습지도 않을 나이.
그냥 모든 것이 편하게
수용되어지는 나이 앞에
여유로운 농담은 또한
삶을 부담스럽지 않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무엇이든 부담 갖지 마세요.
주고받는 것 중에
마음같이 중요한 것이 무엇 있겠습니까?
소소한 이야기 들려주는 사람도 어느 나이가 되니
주변에서 없어지고
무거운 관계로 엮어 진 인연은
어느 나이가 되면 버거운 법.
무엇이던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많이 있겠습니까.
삶의 가치는 무겁지 않은데
사는 방법은 조금 무거운 내 스타일이
적당한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답니다.
어느 나이가 되면
통과의례처럼 겪어야하는
연민도
사랑도
우리의 가슴에 품어야하는 재산은 아닌지?
지나간 기억이
단막으로 자꾸 떠오릅니다.
연결도 되지 않을 기억들의 잔재들이
용서받지 못할 회한이 되기도 하고
다음 세상에 엮어 가야할
인(因)처럼
오늘 우리는 내일의 꿈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잘한 일상의
고자질처럼 언제까지고 편하게
이야기 들려주세요.
고담준론의 능력이 아무에게나 있지 못할 바에야
여기
이 자리에서 주어진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최선의 내 모습이 아닐까 싶어
오늘 이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바람에
눈이 녹고 있습니다.
가슴에 이는 바람으로도
많은 것들이 녹아지겠지요.
나이듬도 어쩜
바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향기로운 바람(薰風)으로
배회하는 겨울언저리,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기다릴 것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봄이 되면
따뜻한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2009.2.2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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