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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T.S 엘리어트의 황무지 중에서
산벚꽃이 만발한 짧은 봄날이었다.
연초록 새순들이 채색하듯 삐져 나오는 산들의 질감은
어느 계절보다 아름다운 시간.
화려한 것들의 낙화는 순간이고
짧은 아우성으로 기억되는 봄날의 추억은 잔인하다.
그래도 길을 나서면
슬픔보다 위로받는 시간의 봄날이
고마워 우리는 모두 길을 나서는 것인지 모르겠다.
눈물을 보이지 말자.
그 눈물을 보는 사람은
봄이 되면 매양 눈물이 먼저 흐를 것이고
죽어서까지 눈물로 기억될 잔인한 봄은
또 다른 당신을 슬프게 할 뿐이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목련 꽃 아래 불러 주던
노래 소리는 멀어지고
거친 황무지에 피어나는
저 꽃들의 함성도 허무해지는 오후
봄날이 지고 있기에
사월은 잔인한 것일까?
기약은 허무하고
만남은 무상한 사월의 중순.
떨어지는 꽃잎이 차라리 고맙지 않으냐?
잔인함은 차리리 이 땅을 견디게 했지.
온갖 풍상의 기억 앞에
우리들의 눈물이 이 사월의 반이었다.
살아 남은 자는
보리라.
지는 꽃이 더 아름다운 것을.
가슴에 멍울 없이 피어나는 꽃들은 없으리.
사월의 잔인함에 전율하지 않고
피어나는 것은 없으리.
앞산 저 꽃들도 밤새워 울고 피어났음을.
어찌 사월이 잔인하지 않으리.
잔인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4월 17일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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