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비오는 날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480
비 오는 날 조용하거라. 슬픈 마음들이여! 그리고 한탄일랑 말지어다. 구름 뒤에 태양은 아직 비치고 그대의 운명은 뭇사람의 운명이지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 있는 법이니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비오는 날’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처럼 편한 것도 없지. 눈 감고 싶을 때 언제나 있지.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 또한 엄연히 존재하고 슬픈 인연들은 눈을 감아야 헤아려 지는 법. 하늘이 보이지 않는 나무 아래 비소리를 듣습니다. 익은 살구는 메달려 있던 싱싱함을 잃어 버린채 빗속에 뒹굴고 밤꽃들도 난분분합니다. 문득 비 그치고 능소화 줄기가 뻗어 나간 길이를 헤아리다가 원추리 고운 빛깔에 마음의 한구석이 환해짐을 느낍니다. 언제나 비는 오고 그리고 언제나 비는 그칩니다. 또한 꽃은 피고 그리고 꽃은 집니다. 삶의 무게가 가벼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 비가 와서 좋고 비가 그쳐 행복한 내 마음가짐이 이곳이기 때문일까요? 감자도 캘 때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오면 비오지 않는 날 감자를 캐고 지난 봄의 수고로움을 이웃과 나눠야겠습니다. 또 밭을 갈고 가을을 기다리는 절기 속에 비오는 날을 기다릴 날 있겠지요? 비오는 날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길을 나서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 마음이 일렁이었다면 양수리 물가의 연밭도 좋고 광주 호젓한 산길도 좋습니다. 비소리는 마음에 새겨지고 문득 그리움 때문에 울컥 눈물이 날수도 있을 것입니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음 또한 행복이라는 것을 비오는 날 알았습니다. 오늘도 비가 올려고 합니다. 사람에 대한 미련을 후회없이 놓아 버리면서 비소리처럼 후련하게 커피를 마실까합니다. 비오는 날 차보다 커피가 어울린다는 것 이곳만의 느낌은 아니겠지요? 2009년 7월4일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