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불면
왜 떠나고 싶은걸까?
낙하하는 것들은 왜 아름다울까?
상처 받은 이의 뒷모습은 왜 슬퍼서 아름다울까?
마음이 텅빈 이의 눈빛은 오히려 맑고 고요할까?
가을이다.
텅 빈 고요처럼 내면이 보이고
뒷모습이 먼저 눈에 뛰는 가을이다.
이런 가을이 없었지,
주변의 변화가 아침 저녁으로 다르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이런 날이 언제였든가 싶게
가을은 이곳도 아름답구나 짧은 탄식을 내뱉습니다.
기다림이 필요한 시절
때맞춰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기다리는 모양이다.
시간은 약속일까?
일년의 의미가 이리도 비장한 나이가 될줄은 차마 몰랐지?
나이 먹음의 또 다른 세상.
느긋하기도 하고 여유로워지는 느낌, 이런 기분이기만 하면 좋을텐데
항상 그렇지 않음을 잘 알기에 좀더 두려워지는 내일.
왜 세상은 이리도 복잡한지?
경찰서 근처에 가면 세상은 못된 사람만 가득한 것 같고
병원 가까이 가면 세상은 온통 아픈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늦은 밤 술집에는 세상에 절망한 사연으로 축축하고
전도사의 얼굴에는 선량함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기다림처럼 다가와 함께 가을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이 가을의 의미가 이렇지는 않았을까?
“모든 존재들은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모든 존재들은 모두 행복하기를 !”
정말 세상에 절망했을 때 얼마나 고마운 축복이었는지 당사자만 알리라.
너를 위하여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없는가? 싶게
타인을 위한 배려, 이해, 관용이 사라진 곳이 이 땅이고 절집인 것 같아
스스로 절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가을, 떠나보내면서
사람도 무성했던 나무 잎도 이별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바람처럼 떠나고 싶을 때
작은 기도가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처럼
너를 만날 수 있음을 이제는 압니다.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마음만이
이 세상의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이 가을 백락사 뜨락의 나뭇잎에 새기는 편지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그 편지는 가득히 쌓일 것 입니다.
색 바랜 편지에서
아기가 자기보다 어린 동생의 죽음을 기리는 작은 편지까지
가을은 그 많은 것들을 품고 갑니다.
모든 존재들은 행복하기를!
2009년 20일 새벽 선화당에서
|
홈 > 목탁소리 > 성민스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