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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의 골짜기
겨울비는 내리고 어둠은 빠르게 하강한다.
사람사는 것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도닦는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재능 또한 비범하여 자기 삶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복인 것 같다.
어느 음악 평론가의 집을 방문하여
몇 시간 머무르고 돌아 오는 길에
이 땅도 많이 넓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소양강 중류쯤 옛 뱃길에 배사공은 사라지고
나룻배마져 보이지 않는데 이정표만
옛낭만을 불러 일으키게하는 산길의 끝자락,
먼 산에 작은 불빛 하나만 보여 이웃도 없는
화전민의 밭자락에 집을 짓고 사는 마음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어느 구석 도가 익지 않았을까
궁금한 내면.
이즈음 사람 사는 것이 궁금한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사람사는 궁금증으로 늦은 시간
나들이를 했습니다.
비는 내리고 장작 타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
그리고 차한잔의 따뜻함이 전부인 소박함을
본능적으로 즐기는 편안함.
갓 중이 되어 영월 깊은 산자락
도반의 토굴 짓는 작업을 도왔던 옛 추억도 생각나고
흙집을 지어야겠다는 작은 욕심이
벌써 집 한채를 머리속으로는 완공시켜 버린 설레임.
삶의 많은 진행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스스로 집짓고 나무 심고
그리고 씨앗 뿌리는 시간임을 왜 몰랐을까?
그 연장선 상에서 번민들을 잠재울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을까?
고마움과 축복의 바탕위에서
이리도 흔들리는 이 마음은 과욕이리라.
불편과 성가심마져 사랑하지 않으면
청산의 기운을 어떻게 느낄것이며
모든 것을 누리겠다는 욕심 속에
맑은 자유스러움이 함께 하지는 못할테니
어둠에 홀로 돌아 오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칠때 없으신지,
가끔 회한은 없으신지
어리석은 질문만하고는
하산하는 길에 진눈깨비 샇인 흔적으로 산 한부분이
방광을 했습니다.
어둠에 돌 아니면 물이 하얗게 보인다.
밤길 조심하라.옛 선사는 이렇게 말을 했지요.
세속은 너무 밝은 빛에 눈이 부시고
사고나지요, 밤길은 어둠에서도 밝음에서도
조심해야한다는 여러 생각으로
귀사했습니다.
2009.11.29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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