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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도 아니고 유배도 아니고
어느 가을 송광사에 방부를 드렸던 햇중시절.
불일암스님의 특강을 받은 날은
눈이 소담하게 내렸던 겨울이었습니다.
고무신 끌고 불일암 언저리를 봄날까지
배회했던 추억이 짧게 끊어 지고
통도사로 돌아 왔던 강원생활.
등불지 편집을 맡으면서
새롭게 독자와의 만남을 계획하고
학인입장으로 불일암스님을 뵈러 송광사를
갔었던 여름,
변함없는 불일암 녹음과 샘물이 기억납니다.
취지는 좋지만 당신이 갈수는 없을 것 같다(통도사에도
어른 스님이 많이 계시는데 당신이 가는 것은 결례라면서)고
부드럽게 거절 당하고
서울 법련사에 주석하시던 석지현스님을 대신 모셨던
세월이 벌써 25년전 일이네요.
그리고
당신을 통해 스님의 자잘한 일상을
접하고 ,길상사 덕조스님과는 도반인 관계로
가끔 안부차 들려 스님의 단편만 주워듣고 왔었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소신껏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송광사 방장스님 입적 당시
어르신 입장으로 한말씀 하셨는데
문중간에 심각한 갈등으로 발전했었던 까닭도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당신의 성품임을
어느 누가 모르겠습니까?
타협하고
두루뭉실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기에
이렇게 모두 가슴 아파하는가 봅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처럼
세상을 향해
그 자리를 지켜주었던 당신의 빈자리가
우리 모두에게 진리의 갈증을 채워주는
샘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왕생극락하소서!
2020.3.13 선화당에서 성민 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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