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인가 했습니다.
월동시기가 빨라져 2월 중이면 남도지방에는
개구리 짝짓기를 한다고 했는데
빗물 고인 연못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봄인가 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새순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마른 가지의 빛깔이 무언가 다르게 파스톤텔로 변하는
거뭇한 거리의 풍경, 감자 씨앗이 왜 안오는지
궁금해지는 이유도 봄 준비가 기지개켜지는 까닭입니다.
마루에 놓여진 감자 씨앗이
밤새 얼어 버리고 오늘은 또 눈이 쌓여 겨울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춘래불사춘.
배나무 전지 작업이 중단된 채 마음이 갑자기 여유로워진 것도
단지 겨울날씨 때문입니다만 어떤 결정의 요구 앞에
중심을 잡지 못하다가 어느 나이가 되면 일을 벌리기보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도 있다는 생각, 다시 온 겨울
때문에 받아 들인 슬기로움인 것 같습니다.
잠간 먼 길을 떠나 자신을 돌아 볼 수 기회에도
어느 순간 봄이 오는 분주함으로 마음이 불편 했는데
다시 온 겨울처럼 자신을 온전히 놓아 보는 계기,
그리고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정성을 갈구해
보는 시간. 봄과 겨울 사이의 빛깔입니다.
봄맞이 거창한 단장보다
겨울 속의 세심한 자기 점검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연못 주변의 새로운 정비, 휑한 곳의 방풍림 조성
삼성각 주변의 정지 작업...그리고 만사 재쳐 놓고
어느 곳의 벚꽃을 보리라 다짐을 해봅니다.
마음이 바쁜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여유로움은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 때문입니다.
혹 주인이 없는 집을 방문해도 섭섭해 하지 마세요.
긴 겨울의 고뇌 속에 피어난 넉넉함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을테니까요?
2010.3.18 눈 내린 도량에서
|
홈 > 목탁소리 > 성민스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