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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렸다.
목련이 피고 앵두꽃도 만개했다.
살구꽃도 곱고 배꽃도 봉우리 터질려고 한다.
살아 있는 것들이 모두 최선을 다한다고 해야 하나?
봄은 언제나 원초적 생명력이다.
씨앗이 날린 할미꽃들이 먼저 꽃을 피우고
원추리, 메발톱 그리고 금낭화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연못가의 산수유는 모두 제자리를 찾아 이사를 시켰다.
언제나 봄은 살아 있는 것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이 봄비가 내리기전 소나무도 주목도 가득한 햇살에 행복해하며
뿌리 내리기를 기원했었다.
밭을 갈면 밭가의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고
급한 일손을 잠시 멈추고 전지를 한다. 봄옷을 입은 여인처럼
단정한 나무들이 정갈하다. 무정물도 나름 가꿈이 필요하다는
지론, 손길이 미친 꽃과 나무는 정성만큼 예쁘게 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눈에 거슬리는 작은 부분까지 손길이 미치면 일은 무한정으로 늘어난다.
그래도 행복해지는 것은 일은 끝이 있고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기 때문이다.
봄꽃이 만발하면
언제나 많은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화사한 날 꽃처럼 지고 꽃처럼 기억해야할 인연들이
유독 많은 걸까?
진달래 피면 울음을 삼키고 그리운 해야 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이별을 기다리는 많은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내년 진달래 피면 나와 같은 안타까움으로 봄꽃은 기억될까?
진달래는 그리운 사람들의 마음이 쌓인 꽃일까.
뒷산에도 집 뜰에도 이제야 만발인 진달래.
봄비는 그리움을 씻기보다 선명한 꽃빛깔로 더욱 슬퍼진다.
그래도 살아 있는 것들의 최선.
저 나무처럼, 꽃처럼 지난겨울의 차가움 때문에 말라버린 가지를
뚫고 새순이 돋아나는 인고를 알기에 우리들의 그리움도, 연민도
봄이면 아름답게 피어나는 법.
지는 꽃이여.
고통에서 벗어나라. 새로운 인연으로 피어 나라.
피는 꽃이여.
나도 너처럼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리.
내가 꽃이 되었을 때 너도 꽃인 것을.
이 세상은 모두 꽃인 것을. 피고 지는 꽃인 것을.
봄소식이
봄비 속에 피어납니다.
지는 것도 인연이랍니다. 봄만 되면 기억할 수 있는 우리들은
모두 한송이 꽃으로 기억 될 것입니다.
2010.4.22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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