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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행복한 새해
무엇을 할까?
오늘은 또 무엇을 해야하지? 강박관념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이 큰 집에서 걱정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살면서 이 모든 것이 욕심이 되어버린 이것들을
놓아 버리고 살고 싶은데 우선 마음부터 여유로울 수는 없는지?
그리워하고 그리워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겨울,
기억도 나지 않는 세월앞에 어느날 문득 늙고 병들고 외로운
보살님이 나타나 20여년 전에 일어 났던 일들을 털어 놓으시는데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 였지만 스스로는 전혀 기억할 수 없는
그러나 살아가면서 단 한번의 베품이었고 이렇게 병들고 아프니
죽기전에 스님을 한번 뵈야지 그때의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는
대면 속에 내 삶이란 얼마나 많이 사치한지?
저 보살님이 느끼는 그런 소중함으로 살아 왔는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 하면 눈물없는 삶이 어디 있겠냐만
고향도 모르고 부모도 없는 그 한몸으로 이 세상을 헤쳐온 아픔을 내가 알 수가 있을까?
그렇게 커서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아 키우면서 외가가 없다는 것도 애기 키우면서 죄인이었는데
둘째가 중학교 1학년에 가출을 하고 제가 있었던 절에 달려와 울면서 기도하며
나에게 하소연을 했던 기억이 이제는 아스름하니 납니다.
함께 걱정해 주고 기도해 주면서, 궁금해 하면서, 자주 전화를 주면서, 어떻게 기도하라고
그렇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불경도 주면서 권했던 것 같은데
이제사 고백하는 말씀이 한글을 몰라 그때는 그것이 부끄러워서 스님에게 연락을 미루고
그러다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도 그 고마운 마음을 왜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가슴에 한처럼 쌓여 오다가 이제는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 죽기 전에 스님께
그 고마운 마음 풀어 놓고 가야지 해서 외손자와 함께 이곳을 왔는데
세월은 아픔으로 고여 있고 누군가의 세월이 슬퍼서 가슴 한구석이 메어지는 것을 참으며
언제든지 마음 편히 쉬어가시라 그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 고개 숙인채
뜻하지 않은 만남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힘들까? 내 기도가 도움이 될까?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일까?
몇 번을 더 뵐 수 있을까?
겨울이 가면 재회할 수 없는 이별도 있는데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걸까?
부처님의 가피가 기적이 되어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 바램이
내 지난 시간의 불평과 불만이 얼마나 큰 사치이며
게으른 하루를 참회하도록 하게 합니다.
새해 우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하지 않을까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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