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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벽두부터 찬바람이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 내리는 눈발이 또 쌓이면 축복일까?
동지 지나면 조금씩 길어진다는 햇살이 오히려 느껴지지 않고
아직도 어두운 아침, 침묵에 어울리는 고요가 가느다란 눈발에
허느적거린다.
문득 떠오르는 그리운 기억들, 이제는 기억으로만 헤아릴 수 있는 인연들, 그리고 떠나고 싶은 어느 이름 모를 뒷골목.
인간은 방랑자가 본성이었듯 인도 갠지스강의 작은배와 말레이 키잘의 한적한 야외온천, 일본 기온의 맛갈진 음식점들. 필리핀 세부의 조개껍질 같던 아이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름다운 절벽. 미얀마 무무의 손짓, 중국 보타산의 순례자들, 미국 세븐틴 마일의 해안도로와 양귀비꽃. 태국 야시장의 시끌벅적. 대만 고궁박물관의 당나라 미인상. 싱가포르 쌍용건설이 지었던 유명한 호텔 , 캐나다 아이들의 순박한 인상. 네팔 포카라의 만년설 호수...
이렇게 부유했나, 언제 이렇게 뜬 구름처럼 떠다녔지? 인생이 구름 같다면 어디에 머물 것이며 어디에서 사라질 것인가. 그때 그곳에 머물렀던 나는 어디로 가고 지금 떠나고 싶은 이 마음은 또 무엇인가?
영원한 것이 있을까?
사랑 또한 영원할까?
諸行無常, 諸法無我
욕망의 시대이다. 두 사람이 벌지 않으면 불안한 시대.
결혼의 조건이 남녀불문 안전한 직장이 있느냐이고
인간 대접의 조건이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대한민국의 상식이라서 이리도 떠나고 싶은 것일까.
나누고 싶은 이마음도 욕망의 다른 표현이라면 내 욕망을 죽여야 한다.
건강한 욕망은 나쁘지 않다. 법을 지켜 많은 돈을 벌어 이웃을 위해 쓰겠다는 욕망. 죽은 날까지 건강을 지켜 주변을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욕망, 적선이 생활이 되어 수행자가 되기를 바라는 욕망.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삼킬 수 있는 욕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가 꼭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무위함도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란 것을 돌아본다. 떠나고 싶은 이 마음이 간절해서 아이리스 가득한 어느 들판에서 죽은들 무어 아쉬울까? 하루 천원이면 만족한 사람들의 노래를 함께 하면서 잠간 왔다가 가는 것이 어느적 생각인지를 떠올리며 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
참 고마웠던 인연들이 모두 떠오르리라.
저 바람에 실어 보내는 내 미소가 봄기운이 되어 모든 것이 피어나면 좋겠다. 힘들어도 고달파도 인생은 봄처럼 고마운 일이라고, 기억할 수 있는 세상 어느 골목길의 웃음과 따듯함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행복하게 하는 원천임을 이제는 안다.
건강한 욕망을 위하여 기도한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행복하다면
우리는 모두 행복한 것이다.
I wish good everything come in new year
2011년 1월 1일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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