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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면 언제나 막막하다.
중원천지 고립무원이라고 해야하나, 막연한 기다림, 방향을 모르는 목적지 그리고 끝없는 인파 속에 주눅 든 하나의 점.
동행의 정이 그리울 때 일행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 것은 홀로 떠남의 필연인가?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지 못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물결처럼
흘러가는 인파 속에 다들 어디로 가로 있는지 길을 막고 묻고 싶은 마음.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지 문득 외로운 시간.
일어 설 수 없는 아픔으로 침대에 엎드려 눈물 흘렸던 할머니는
지금도 죽고만 싶을까? 왜 그 할머니가 떠오르는 것일까? 2월이 되면
다시는 못 보는 것 아닐까?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공항에서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인지?
거대한 물결처럼 흘러가는 오토바이의 행렬, 그 사이 사람들이 지나고 차도 끼어들고 혼잡의 극치 속에 굴러 가는 어떤 질서. 이것도 환상일까? 어제는 영하 25도였는데 에어컨이 켜지지 않은 버스의 후덥함이 몸과 마음을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달리는 오타바이 뒤에 운전자와 무심히 걸터 앉아 눈이 마주친 어느 아가씨의 맑은 눈빛, 곡예의 달인처럼
무심의 눈빛이 저러했었지 언제나 슬픔으로 기억되는 중국 소녀의 눈빛. 세상은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나는 문득 내가 기억 못하는 인연들로 가슴 아프고 어느 여선생님의 집착처럼 세상을 유랑하는 것이 못내 부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밤길에 차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문득 정신을 차리니 가드레일을 박아,
왜 이러지 핸들을 돌렸는데 다행이 제자리로 굴러 가는 이 현상이 무얼까? 아직은 더 살아야 하는 명인가보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차 수리를 맡기면서 길을 떠날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덤인지 누가 알까? 만약 그렇게 이별을 했다면, 만약 병원에 입원을 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할까?
착한 눈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나는 착해진다. 착한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사는 것이 행복해진다. 사람의 얼굴은 살아 온대로 주어 진 것이기에 속일 수가 없다. 나는 내 말에 눈물이 많은 것을 안다. 어쩜 내 인생이 슬픔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 한 사람, 우리 각자는 모두 그런 존재이지만 세상 어디에서 이렇게 만나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눈물이 새삼 나를 정화시킨다.
이별은 문득 찾아오는 법. 마음 한켠에 비워 둘 일이다.
눈물도, 할머니도 그리고 가까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떠나감을
받아 들이자. 결국 홀로 죽는 것이 인생 아닌가. 죽기 전까지 착하게 살다가 죽어야지, 이런 주문은
너무 낳설은가?
1.26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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