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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보름이었나.
길과 함께 마주한 열엿새달이 따뜻하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은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삼간초당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아주 어릴적 어머님에게 들은 것이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 교과서학습이 아닌
구전의 학습으로 지금도 또렷한 가사.
문득 슬프다. 내일을 위해 행복을 준비하지 말고
오늘 행복하라고 누구에게 이야기했지? 나는 행복한가
나는 불행한가? 신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기도하는 저이들은 정말 행복할까?
내일은 결혼식이 있다. 무슨 말을 할까?
테크노마트, 웨딩시티, 스타티스홀.
과속의 시대에 당황한 유물처럼 겹쳐지는 나의 모습.
유선마이크가 없다면 어떻게 하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신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걱정. 하객과 함께 한 주례 그리고 부처님 이름으로 기도해야겠다는
나름의 상황 설정. 결혼은 축제여야 한다.
팔레스타인 바다가에 핀다는 statice(스타티스)의 꽃말은 변하지 않는 사랑, 영원한 사랑. 어느 기독교인의 글에서 이런 아름다운 글을 보았다.
“수수한 느낌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다.
보통의 사람과 달리 변하지 않는 모습도 좋다.
시들어도 시들지 않고, 죽어도 죽지 않은 듯
그 자태를 뽐내는 모습도 좋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사랑,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있는가 보다.
아직 누구에게 받아 본적도
아직 누구에게 주어 본적도 없는 이 꽃.
꽃처럼 보이는 바깥쪽은 보라색은 꽃받침이고
안쪽의 작은 흰색꽃이 진짜 꽃이다.
그냥 보면 아니 알고 보아도
바깥쪽 꽃받침이 꽃잎 같다.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닐 때가 많다.
내색하지 않는다고 괜찮은 건 아니다.
좋아 보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 가는 시간 속에
어느 순간, 어느 때, 콕콕 찝어서
기억할 만한 일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지나 보면 별일 아닌 일 보다
지나보니 더 행복한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꽃받침이 꽃잎을 너무 사랑해
보호해주고, 지켜주고 싶어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너무 커서
감싸 안아 주다보니
꽃잎보다 커진게 아닐까?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함이 되고 싶었는지도,
꽃잎을 닮아 가다 더 예쁘졌는지도 모르겠다.“
스타티스홀이 이 꽃을 가르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맞다면
많은 의미들을 떠 올릴수 있을 것 같아 마음으로 정리를 해본다.
그리고 하늘을 보니 달은 보이지 않는다.
달을 보면서 슬퍼졌던 마음들이 스타티스꽃으로 정화가 된것 같다.
그리고 모래 먼 길을 떠난다.
먼길을 떠나기 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약속지키지 않으면 인연까지 끊자고 엄포를 놓았던
보살님께 다행이고 돌아 오는 다음날 천도제를 잡아 놓으신
불영회보살님께도 너무 고맙다.
세상사 소중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 내가 정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귀중함들이 지켜 줄 수 있는 이 오묘함.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이제는 달을 보아도 웃어야겠다.
어느 선생님의 글처럼 나이 들어도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늘 행복하다 보면 눈물마져 고마움이리라.
2011.1.18 늦은 밤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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