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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립니다.
첫눈도 아니고 반가운 눈도 아니지만
오늘은 이 눈이 아름답습니다.
성하의 잎사귀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소리가 들립니다.
싸락눈 내리는 소리가
빗방울 떨어지는 것 같아
방문을 열고 머리가 시리도록
들었습니다.
밤을 세웠다는 시간이 어디까지인지는 몰라도
25일로 바뀌는 시간까지
젊은이들처럼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함께 한
다정한 내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잔의 와인이 시처럼 느껴지는 인생과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음의 따뜻함이,
상처 받지 않고 지켜진 오랜 시간의 축복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은
백락사에서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땅에는 감동으로 등불이 환했었던 그 밤의
끝에 이렇게 눈이 내립니다.
성탄절,감사와 축복의 이 아름다움이
새해에도 변함없기를 기도하면서
2005년 12월 25일 아침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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