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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가.
일기예보는 많은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은 주춤한 하늘이다.
오랜 가뭄에 데인 마음이라 비온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한 요즘이지만
한번 상처난 몸의 휴식이 반갑지만은 않아 느긋이 바라보는 풍경들이
왜 이리 여유롭지 못한지 모르겠다.
백중기도에 부치는 영가 분의 수가 늘어서 전화를 드렸드니
보살님께서 년초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내 삶의 의미를 얼얼하게 했다.
올해는 달력을 모든 신도님께 보내지 않았고 필요하신분은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2월 어느날 전화 주신 보살님은 다른 달력보다도 백락사 달력은 아름다운 글귀
때문에 항상 소중히 했는데 올해는 안왔다고, 1부만 보내 달라고 전화를 하셨지요.
오래동안 병원생활을 하다가 이제 집에 돌아 왔는데 항상 오는 백락사 달력이 와있지를 않아서 부탁을 한다는 말씀에 건강 잘챙기시라는 안부와 달력을 보내드린 그 보살님께서
그렇게, 그 2월에 돌아 가셨다는 소식에 우리가 의지하는 소중함과 시간이 나면 찾아 뵈야지 했던 무심함, 게으름이 내 삶의 바탕인가 싶어 순간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졌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세상사람 다 책임질거냐고.”
오지랖이 넓지도 않은 것이 마음은 내 인연과 모두 나누고 싶은데 어떤 때는 물질이
장애가 되고, 어떤 때는 마음의 방해를 받고는 뒤 늦게 후회막급인 내 삶.
보일 것도, 내 새울 것도 없는 내 인생을 어떻게 작은 마음이 일어나는 연기(緣起)에
실천을 못한다는 말인가? 평생을 살아온 습들을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
미운 사람은 하는 짓이 미운 짓만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미운 짓이 아니다. 나의 마음씀이 주저되는 이유는 핑계다. 그리고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아야겠다.
우리가 맺은 인연들이 조직화되고, 서열화되고 드러내고자 함이 내 사는 본질이 아니라는 확신,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작은 기도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땅이 이곳이라면 나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생전, 일년에 한번 정도 통화를 하신 보살님의 모습이 흐릿하다. 그래도 애틋한 마음을 주시려 했던 의미들과 이 시대 격변의 가족사를 생각하면 잠깐 머무는 우리들의 삶이 소설같다. 극락왕생하시고 더는 게으를 수 없는 마음으로 처사님을 한번 찾아 뵈야겠다.
부모님을 모시고 왔던 그 따님은 지금 잘 살고 계시겠지요?
외손자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역시 잘 지내고 있겠지요?
그리고 길상사에서 49제를 모셨던 그 분은 윤회를 끊었을까요?
아득한 세월인데 어제의 일 같습니다.
비가 오면 좋겠습니다.
2012.7.11 선화당에서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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