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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길었던 가뭄, 연이은 태풍 등으로 우순풍조(雨順風調)을
기도하는 평소의 마음이 더 간절했던 이번 여름도 이제는 가을에 들었습니다.
아침저녁 찬바람이 들고 서늘한 기운은 더위에 지쳤던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가을벌레들의 합창은 심기일전에 일조를 합니다.
“산다는 것은 이렇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삶들의 파편을 지켜보면
보편적 삶의 가치와 목표는 어렴풋이 큰줄기가 잡혀지는 것 같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의 희망은 가족과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만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 지금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 어떤 측도를 가지고 재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어느 순간 우울했다가 조건의 변화는 아무 것도 없는데 문득 이것도 행복한 것 아닌가하는 마음의 변화를 겪으면서 모든 것은 마음먹기일 수 도 있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여름, 유별나게 많은 땀을 쏟아 수확한 옥수수 생장을 지켜보면서 새삼스럽게 머릿속에 기록되어진 주변의 환경이 경이롭습니다. 개인적 의지작용의 근본 위에 더불어 존재하는 노동의 합심, 태양과 적절한 비 그리고 대지를 달래는 바람의 조화로움을 생각하면 옥수수 한알의 결실은 우주적 신비의 한 단초임에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땅 위에 설치미술이 들어서고 어느 순간 빛나는 작품이 되어 압도되는 광경 또한 환희로움입니다.
연초부터 작가섭외가 되었으며 작품구상은 몇 날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고민의 반복과 스케치, 재료구입, 작품 설치 일정을 고민한 시간 위에 주변의 조언까지 덧붙여져 비바람을 피하지 않고 작업한 과정을 생각하면 한 개의 작품 또한 우주적 인연과 경외가 포함되어 있는 결과물인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작가의 행복은 작품의 완성도이겠지만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행복한 것도 있다고 확신하는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것 또한 새로운 세상의 발견이며 작품의 해석 또한 큰 상상력을 부여하는 행복임을 부연하고 싶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온 우리들의 역사가 아득한 세월인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 이 시대, 돌이켜 보면 우리를 지탱하는 환경은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공기처럼 큰 가치가 있는 바탕이며 되돌아보아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주변 속에 설치하는 미술의 의미가 좀 더 친숙해지고 우리 삶의 한부분이 될 때 우리 함께하는 희망과 행복 또한 삶의 설치미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개개인의 가치 또한 무한한 의미를 가진 설치미술의 일대기라 정의해보면서 우리 모두의 삶들이 싱싱하기를 기도해봅니다.
작품 수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감, 의미들의 집합들이 벌이는 아름다움, 우리가 풀어야할 인생이란 난해한 길 위에서 이정표처럼 만나는 위안. 저는 제7회 강원 환경설치미술초대전의 <바람이 인다>에서 희망의 바람(風),바램(願)의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2012.9.8 선화당에서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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