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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맑고 고운 하늘 아래
붙들고 싶은 순간들이 지금이었던가?
늦밤이 몇 개씩 떨어지고
속이 차지 않은 배추는 유난히 싱싱하다.
여리디 여린 고수는 밥상머리에 올라오는 것이 미안한데
부지런한 공양주 보살님은 그것마져 솎아 식욕을 복돋운다.
삶이 여유로운 것이 아니고 시간이
여유롭게 흘러간다. 가을햇살이 너무 충만해서 황홀하고
성하지 않은 손가락은 주변의 풍요를 만끽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았던 육신의 고마움이 새삼스럽고
너무 괄시한 내 육신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남 대하듯 따뜻하게
내 육신을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늦게 철들은 아이처럼
대견한 마음 한자락.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똑 같을까?
나누고 싶은 많은 것들 중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위로의 글 한 줄.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정성,,
겸손한 자세는 그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런 것들을 나누고 싶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어디 있나.
오만과 교만 그리고 독설이 가득찬 이 땅에서
나는 진정으로 겸손하고 부드럽고 싶다.
어느 가을, 누군가 밤을 주워서 행복하고
은행을 주워서 행복하고, 호두를 주워서 행복한 도량을
20년 전에 꿈꾸었다.
20년 후, 이 자리에 누가 있을까?
모두 사라지고 이 땅을 지키는 이는 그 가을을 행복해할까?
몇 번의 가을이 나에게 주어질지?
내 육신은 어디만치 망가질지? 그래도 이 가을이 고맙다.
이 많은 사색의 시간이 가을이기 때문에 받는 보너스 아닌가.
2012.10.9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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