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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부터 찬바람이 불고 진눈깨비 날렸다.
다리위에 남았던 물기는 얼어 있고 보름달은 차갑게 걸려 있다.
바쁘게(따지고 보면 흘러 가는대로?) 준비하고 맞은 겨울인 것 같은데
소소한 문제점들이 기도 내내 떠오른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성지순례도 했었고 작은 행사들도 챙겼던 것 같다.
김장까지 마무리하고 이웃집 은행까지 챙길 여유가 있는 것을 보니
이번 겨울은 나름 여유 있는 월동이 될 것 같아 이곳에 와서
가장 마음 편한 겨울을 맞이하는 것 같다.
어느 한담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21년의 백락사 생활 중에
“어느 봄이고 외롭지 않은 봄은 없었던 것 같고
어느 가을이고 여유 있었던 가을은 없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란 것이 끝없는 교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 힘들다고 그것이 끝도 아니고
행복하다고 만족하는 것도 지나고 나면 바뀔 수 있는 시간임을 알기에
저는 오늘 이 자리가 그냥 감사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최선을 다해 일 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고마워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 먼 길을 와서 노동을 하시고 늦은 밤까지 나의 푸념을 들어 주신
고마움을 생각하면 어느 자리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부분은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구나. 그래서 이번 겨울은
여유로운가? 김치는 왜 이리도 맛있지?
길가에 떨어진 은행알들이 언제부터인지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도 돈이 안된다고 거두지를 않아 은행나무들이 있는 곳에는
쉽게 떨어진 은행 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홍천 농고에 가서 주어와 주변에 나누어 주었는데
올해는 힘들이지 말고 집에서 수확하는 것으로 조금씩 나눠 먹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견물생심인지, 버려진 은행알들이 마음을 바꾸게 합니다.
비닐봉지가 있으면 줍고, 고무 장갑이 있으면 더욱 신이 나고,
내일은 절의 할머니들 모두 모시고 나가야 하나 고민입니다.
背山臨水(배산임수)의 명당은 아닐지라도 산에는 땔감이 있고
개울에는 은행알들을 씻을 수 있으니 마음먹기에 따라 명당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웃집의 은행들도 수거해 와서 씻어 주기로 했습니다.
나에게는 별일이 아니지만 이웃에게는 그것도 일이겠다 싶어
내 수고로움이 작은 즐거움이 되어 이웃에게 나눠지기를 기도해 봅니다.
개울마져 얼어 붙으면 눈이 쌓이겠지요.
그때는 눈 치울 일이 생기겠지만 월동이 아닌 겨울나기의 즐거움 또한
축복일 것입니다.
구돌목 댑혀 놓고 은행 알 볶아 책이라도 읽으면서
눈 내리는 소리 들으면 오늘이 그리울까요?
이제 우리는 겨울로 갑니다.
2013.11.18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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