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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비가 온다.
비 소식에 심었던 씨앗들이 좋아 할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너무 가물다보니 4월에 심었던 묘목들도 건사하는 것들이 생겼다.
이곳에 와서 봄에 심은 것들이 죽은 적은 없었기에
적당히 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겠다.
작은 절에서 하는 Temple stay가 심드렁하겠지 하며
참석한 어느 불자님은 작은 감동을 느꼈나 보다.
혼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알차지 않을까, 걱정은 사실
내가 더 많이 했다. 일박이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기도, 사경, 다담, 발우 공양, 특강, 포행,,
여기 일상이 모두 수행이 되고 마음 공부가 될 수 있음을 나는 안다.
살아 있다는 것의 부담이 일에 대한 집착으로 비쳐질까 미안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존재는 감사하며, 미안하며 살아야 할 인생이다.
어느 누가 산골짜기를 누비며 원력을 이루고 있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자기 몫의 삶을 사는 것이 어떻게 비교가 될까만
나는 감사하다.
비가 내리니 다실에서 비오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 볼 수 있어서 좋고
손 편지 쓸 수 있어 좋다.
짦은 영어로 이메일을 작성해 보고, 소홀히 했던 고마운 분들의 안부를
걱정해 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좋다.
짧은 마실을 갈까,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뵈러 갈까
비 오는 날의 풍경은 여유가 있다.
내가 책임 질 수 있는 일만 하면서 사는 것이 내 삶의 펼쳐짐이지만
잠간 만나는 인연들도 너무 소중하다.
작은 인사를 나누며 산다는 것이 큰일도 아닌데 모두 놓치고 사는 것 같아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할 부분 중 한부분으로 정리를 해본다.
비가 오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Temple stay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주시고 감자 밭의 풀까지 뽑아 주고 가신 한솔회 회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렇게 해갈이 되고
끝없는 슬픔들이 일상의 감사함으로 돌려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은 여유를 이야기해봅니다.
내 곁에 있는 모든 분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축원드립니다.
2014.5.12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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