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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리에 오르면 사람은 모두 겸손하지 않을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닐텐데 어느 순간 대접에 익숙한 말과 행동을 보면서 닭벼슬도 감투라고 “큰”자를 부치지 않으면 큰 실수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강남 큰절의 신도님들을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어느 행사장의 기억.
“주지스님”의 호칭으로도 의전이 충분 할 것 같은데 “주지 큰스님”의 호칭을 요구하는 무례함은 나 자신만 부끄러웠을까?
어느 주지 자리는 그렇게 대단한 위치가 되고 위치에 걸맞게 요란을 떠는
무례를 정당한 권리인 것처럼 요구하는 그분들이 올바르고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정말 존중하고 싶다면 내부적으로 정성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닐까. 큰스님이라는 호칭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까. 절집의 큰스님이라는 집안 예의가 무례함을 일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절집에서만 대접 받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존중 받을 수 있는 스님들의 인격은 이런 것이 아닐 것이다. 부끄러워 할 줄 알고 , 겸손할 줄 알고 미안해 할 줄 아는 그런 분들을 대중은 기다리고 있으며 마음으로 큰스님이라는 호칭을 줄 것이다.
자리가 하는 일을 능력으로 알고 교만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어느 행사장이고 큰스님이 너무 많은데 우리들의 가슴에는 큰 스님이 없다.
위엄과 권위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겸손한 자세의 지도자를 보면 사회의 품격이 달라 보이며 우리 사회의 원숙함이 비로소 느껴지는 것 같아 나 자신을 반추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가까운 분들의 존재가 새삼 고맙다.
어느 자리에만 오르면 무례한 사람들이 싫어 그때부터는 그런 자리에는 나가지 않음으로 불편해하지 않을 처신을 한다는 공인의 이야기도 공감이 가고, 몸에 벤 겸손으로 한번 만나기만 해도 추종자를 만드시는 공인도 보았다. 어느 예술가는 “꼴리는 대로 살자.” 는 무례하지 않는 당당함 때문에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인생은 겸손에 대한 오래된 수업”이라는 현수막을 년초에 백락사 입구 도로변에 걸어 놓았는데 반년이 지나도록 훼손없이 걸려 있다.
두고 두고 음미할 내용이기 때문에 버텨주는 까닭은 아닌지,
내 자신의 겸손이 얼마나 부족한지 글귀를 볼 때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 때문에 자연스럽게 찢어지지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걸어 둘 생각이다.
교만과 무례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우리 불자들만이라도 겸손하면 좋겠다.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2014.6.20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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