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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눈을 치워도 끝이 없다.
낮의 온도도 영하에서 벗어 나지를 못하고 내복을 두겹으로 입고도 추워서
따뜻한 방에 잠깐씩이라도 몸을 녹이면서 눈을 치우는 날,
멀리서 보내온 문자를 받았다.
백락사 달력은 따듯한 마음이 담겨 있어 너무 좋다고, 보내 주어서 감사하다는
문자에 답장은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달력을 만들어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워낙 달력이 흔한 시대이기도 하고 잘 만든 달력은 예술 작품처럼 먼저 선호하는 시절에 화려하지도 않는 달력을 만들어야하는 고민이 2014년 11월 내내 떠나지 않았지만 결론은 나를 위해서 만들자였다.
매일 보아야하는 날짜 위에 나만의 사연이 펼쳐진 그림을 본다는 것은 큰 의미이고 지난 시간의 그리움 때문에 매일 매일이 행복해지는 것을 지금까지 겪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해는 자체 달력을 만들지 못하고 견본 달력을 선택하여 제작했던 적이 있었는데 메모를 하고 일정을 체크하면서 뭔가가 아쉬웠던 감정이 일년 내내 이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그래서 결론은 만들자. 11월 말에 결심. 12월 초에 인쇄소에 사진을 들고 가서
초스피드로 제작한 달력이지만 잠재된 내 의식에 심어져 있었던 아이들 얼굴을
확인하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자료에 묻혀 일년에 한 두번 볼 수 있을까?한 얼굴을 한달은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흘러 가버린 시간이 아닌 계속 머무는 감동이 내 달력에 있다는 즐거움.
끊임없이 변하는 이 곳의 존재가 나에게 있어서는 어떤 의미인지 달력은 나에게 묻는다.
내 책상에는 지나간 달력들이 모두 걸려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의 달력들이 그 많은 사연을 기록한채 그때 최선을 다한 감정을 그림에 담고서 아쉬움과 여한을 빛바랜 흔적으로 뿜어 내고 있다.
이렇게 지나보내고 나니 시간은 얼마나 부질없고
너에게 미안한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고맙다는 문자 답장을 한다.
시간은 언제나 지금밖에 없다는 진실.
백락사 달력이 나에게 있어서는 내년에 보내는 희망소식이었다.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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