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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매듭 같은 것을 풀었다고 할까? 묶었다고 할까?
고향 같은 마을을 향하면서 나는 왠지 홀로되어간다는 느낌을
어떻게 정리가 되지를 않아 길은 멀었고 낳설었다.
나이 들어 이별은 무덤덤해지고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의 무게가 차라리 홀가분해진다고 할까?
나도 멀지 않았다는 이상한 안도감.
우리는 이렇게 늙어서 해후를 하고
쌓여진 갈등을 지워버리는 문상은 참 초라하고
슬픈 나의 자화상이었다.
고향을 떠나 언제나 아웃사이드로 돌았던 이유를 나이 50이 한참 넘어
알았고 그냥 그렇게 살았나보다 했지만
우리들의 젊음은 힘들고 가난한 시간을 버텨온 세월이라는 것을
새삼 알았다.
늦은 문상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유년의 기억이 기억나는 골목을 더듬어보면서
우리들의 인생이란 이렇게 덧없이 흘러 옛날의 역사가
새삼 그 자리에 있다는 고마움이 이 나이듬과 무슨 상관일까?
돌아 오는 길에 울고 싶다는 생각도 한 것 같은데
이렇게 전화를 받고 보니 벌써 49일 다 되어 가는 구나.
우리들에게 꿈은 무었이었지.
나의 꿈이 이것이었나?
모르겠다. 당당함이 훈장처럼 필요하다고 다짐했던 시간도,
몸에 베인 겸손함이 오히려 무시당하는 이유인 것도 다 지나갔나 보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생시에 미안하다고,
너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지. 돈이 없어 대학을 못보내 준 한이 형벌처럼 가슴에 남았다고.
그랬구나. 너는 공부 잘해서 너만은 어려운 집에서 뒷바라지 했구나 생각했었는데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서 학교를 졸업했을까 이제야 알았다. 그때 공사판에 벽돌 나르고 공부 하는 것이 낭만인줄 알았는데 누군가는 가슴에 한이 되었고 너는 학비 벌랴 공부 할랴 힘든 시간을 거쳐 온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시간이 이제는 조금은 편안해지면 좋겠다.
이제야 알아서 달라 질 것도 없지만
너의 사위는 그런 것 몰라도 행복하게 살 것 같았다.
우리는 참 착한 세대인 것 같아 오히려 위로가 된다.
너의 어른스러운 관조가 항상 고맙다. 지금 생각하니 나와 너의 닮은점이 있다면
나이들면서 홀로 인생을 걸어 갔다는 것과 지금도 세상에 곁줄 곳 없이
꿋꿋이 버티고 있다는 점.
새해 1월 1일. 49제
우리들의 아버님께 기도를 바치고
우리 조금은 편안해지자.
너무 힘들게 살아 온 것 같지 않니.
우리보다 힘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너와 나는 안식安息이 필요하다.
2015.12.18.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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