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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봄은 항상 어지럽다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31
조회수 739
사랑이. 멍청이.멍돌이.멍순이는 백락사 고양이 가족이다.
사랑이는 또 배가 부르다. 방문만 열려 있으면 방안으로 숨어 들어가
자리를 살핀다. 언젠가 내방 컴퓨터 밑에 새끼를 5마리나 나아 기절초풍한 기억이 있다. 도서관 서재, 내방 2층 다락까지 이놈의 산방이 된 것을생각하면 이 봄에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멍청이, 하는 짓이 언제나 멍청하다. 오라면 가고 가라면 오고 그러다 먹을 것이 포착되면 거의 반쯤 미친다.
멍돌이 ,멍순이는 반쯤 야생이다. 먹이를 줄때만 가까이 다가오고
언제나 일정정도의 거리를 두고 살핀다.
주변의 숫컷 야생 고양이가 드세다. 멍돌이는 언재나 패자가 되어 상처가 얼굴에 항상 있다. 암컷 멍순이와 잘 지내다가도 발정기에는 야생에게 도망 다니는 신세다. 그래서 라오스에 가서 새총을 하나 구입해 왔다. 사나운 야생 고양이를 보면 위협해서 멍돌이 보호해 줄려고.

언제가(3월 8일) 아침 새로운 고양이 한 마리가 보여 새총을 꺼내어 위협을 하는데 이놈이 도망을 가지 않고 나를 향해 다가와 얼굴를 빤히 바라본다.
검은 얼룩이 있는, 야생 같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당황해 얼굴을 가만히 보니 어딘가 낳익은 모습이다. 작년 여름 외출하고 없을 때 어느 신도님이 고양이 하나만 달라고 해서 사람 잘 따르는 이놈이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고양이가 너무 많아 골치도 아팠지만 막상 사라지고 나니 몇 일은 많이 허전했었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그 고양이를 데리고 간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황상 두촌에서 주유소하시는 사장님이 아닌가 추측만하고 있었는데 점돌이(사라졌다 나타난 고양이 이름)가 새로 나타난 것이다.
맞나, 유심히 보니 얼굴이 점이 있는 모습에서 내 무릎에서 자던 어린 시절이 떠 오르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신기함이 가슴을 채운다. 30리는 될 것 같은 그 먼 길을 어떻게 찾아 왔지, 벌써 5개월이 지났는데 이곳을 잊지 못하고 있었나? 누군가 잊지 않고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 그 대상을 위해 기도해 준다는 것은 지고한 가치 아닌가.
먹이를 주면 이 놈이 대장이 되었다. 어미, 할미 모두 제어 하고 먼저 먹이를 먹는다. 청이와 함께 새벽 도량석을 따라 다닌다. 봄날이 오면서 봄소식처럼 고양이 기운이 가득찼다. 고양이를 너무 싫어 하지 않는다면 백락사 고양이에게 흥미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사랑이는 드디어 보일러 방 구석을 찾아 새끼를 낳았다(3월 19일).
아직 몇 마리인지는 모르겠다. 하얀 색이면 분양 주문이 밀려 있다.
순간 백락사 고양이 가족의 숫자, 10마리.
아, 머리 아프다.

언제나 봄이 오면 머리가 어찔 하지. 농사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곤 했지. 산수유 노란 꽃봉우리가 어지럼처럼 피어나는 백락사 모습이다. 그러기나 말기나 고양이들은 신나고.

2016.3.21.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