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해우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404
기억은 얼마나 끈질긴가? 떠나야만 할 이유도 없었지만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던 젊은 시절. 지금도 나아진 것은 없지만 그때는 떠남도 큰 용기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구비 구비 낳설은 길을 걸망 하나에다 짊어지고 순천땅을 밟았던 20여년의 추억이 주암댐에 수몰된 가구처럼 사라졌는가 했는데 벚꽃나무 아래에도 살아나고 옛 매표소에서도 살아 납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작정 길을 떠나게 했고 지나고 나니 인생은 무수한 길 떠남의 연속임을 알았던 철없던 시절 처절히 외로웠던 이방인의 자리매김. 외로워서 밤을 세우면서 산길을 헤맸고 달빛이 어리는 눈속을 용케도 한번 미끄러지지 않고 새벽예불 시간에 참석했었던 오래된 겨울의 모습도 눈에 선했습니다. 선물가계를 지켰던 어느 스님의 여동생은 밤이면 피아노를 쳤고 가끔은 그 피아노 소리도 훔쳐 들으면서 적당히 그리웠던 사람들의 인연들의 안부에 사연을 엮기도 했습니다. 그 송광사가 20여년이 지난후 큰 변화없이 서 있었습니다. 우화루 물줄기가 봄가뭄에 줄어 있었고 생강나무 노란 꽃 몇개만 눈에 보이는 그래도 눈에 익은 그 나무였고 내 청춘의 한때가 익어 갔던 그 송광사에 낳익은 얼굴 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또 세월이 흘러 기념 사진에 남은 그 화사한 얼굴로 모두 기억 할 수 있는 그런 날은 정녕 없음을 알기에 아침 봄볕의 아스라함으로 잠깐 잠에 빠진 꿈은 아니었는지? 20여년의 시간도. 40여년의 인생도. 남은 시간의 약속들도 모두 꿈은 아닐까? 저 사진에 남은 미소들이 흐릿해 집니다. 한바탕 꿈 잘 꾸고 간다. 어느 선사는 이렇게 말씀 하였지요. 꿈일지라도 한바탕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그대와 함께.... 2006년 3월 13일 선화당에서 성민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