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만에 춘천교정협의회를 나가서 인사와 식사를 같이 하면서 수형자를 위해 시간을 내고 회비를 지출하면서 덕담을 나누는 위원들의 모습이 이제는 애사롭지 않다.

일면식도 없는 많은 재소자 인연들의 인생행로를 알 수는 없지만 무주상의 베품처럼 나눌 수 있는 인연들이 새삼 고마워 옆에 있는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멀리 양구에서 참석하신 위원이시다.

양구에 있는 선림원팬션이야기며 25년전 처음 홍천에 왔을때부터 인연이 된 병진이의 이야기까지 하다보니 이즈음 악인(惡人) 한사람의 광기 때문에 심신이 피폐된 내마음에 따듯한 기운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다.

유치원 다니던 모습의 병진이의 눈은 선하고 겁이 많은 아이였는데 이제는

공군 소위 임관을 한달여 남겨준 상태에서 병진이 아버지와 약속을 했었다.

임관식때 왼쪽 계급장은 누이가 달고 오른쪽 계급장은 내가 달기로, 그래서 5월 28일은 사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작년 서울 병원에서 투병을 할 때 병진이와 누이2명이 함께 병문안을 와서

옛날이야기부터 지금 사는 모습까지 두루 이야기하다 부모님께 잘해야한다는 이야기 끝에 나에게도 부모님처럼 잘하겠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제 나도 나이들어 가는지 착한 말한마디에 감동 받고 외롭지 않다는 것에 위로받는 나이가 된 때문인지, 지금까지 한번도 겪지 못한 시련 때문에 힘든 까닭인지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병진이 생각이 더욱 간절한 밤이다.

세상의 자식은 나처럼, 병진이처럼 착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정말 나쁜 인간도 있다는 사실과, 그 인간의 나쁜 행동에 그 인간의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 신으로도 구제 받을 수 없는 인성(人性) 앞에 이제는 사람이 두려워진다는 것이 슬펐다.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싶었던 내 삶에 無氣力과 放棄의 사고가 회오리치는데 착한 내 마음에 평화가 깃들 날이 언제일까?

혐오는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정당성이 될 수 없기에 연민심이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지만 정말 악인(惡人)에게는 이런 마음도 사치일까?

자신을 고립시켰던 상처들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도 좋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좋은 행동으로 활기를 찾아야겠다는 4월인데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

사월은 네게 정말 잔인한 달이다. 오월이 희망으로 다가 왔을 때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8.4.26.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