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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억을 만나다.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22-10-03
조회수 97



어떤 기억은 돌출이다.

이유없이 그리고 순간적으로 튀어 나온다. 조금은 멍하게 멈췄다가 그 이유를 알수 없는 기억의 재생이 혼돈스럽고 그리고는 애잔해지는 삶의 파노라마.

 

언젠가 은사 영하스님 물품을 정리했다. 몇 개의 카세트테이프와 옛날 노래의 목록. 은방울자매 그리고 배호의 노래였던 것 같다. 젊은 날 도반들과 만나 노래도 불렀을까? 친한 불자들과 회식이라도 있어 이런 노래들을 불렀을까? 원래 염불을 잘하시는 분이라 아마도 노래를 불렀으면 잘 불렀을 것 같은데 나의 기억에는 한번도 노래를 들어 본적이 없다. 아니 있는데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주 가끔 내가 부르는 은방울자매의 노래는 아마도 이런 영향이 있을 것이다. 교차되지 못한 서로의 시간들이 대부분인 인생이었지만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즐거워했던 시간들이 있었을 당신의 건강한 시절을 나는 기억하고 싶은 바램, 그것이 기억으로 돌출되는 합당한 이유일가?

 

불교 박람회 한쪽 부스에 자리한 보이차코너의 비구니 스님이 차한잔하라고 건네는 인사에 그냥 앉아 차나 한잔하고 가야겠다고 몇 잔 보이차를 마시고 20년전 오세암이야기를 꺼내는 스님의 무심한 이야기에 등장한 나와 40대의 여인이 윈피스차림과 하이힐을 신고 오세암을 올라가는 모습의 그 얼굴이 비구니스님의 얼굴에 또렷이 오브랲 되는 기이함.

오세암의 기도는 단하루 밤이었고 내가 건넸던 운동화 때문에 고마워했다고, 며칠 후 아들 때문에 전화 통화를 했었고 아들의 가수생활에 예명이 필요해 이라는 이름이 좋겠다는 단 한번의 통화 후 우리들의 인연이 사라져 갔는데 서울 넓은 박람회 구석에서 운명처럼 만나 공유되는 기억. 그곳에는 40대의 당신의 아들 도 있었다.

전설처럼 남아 있었던 원피스와 하이힐의 오세암 참배가 내 일상으로 꺼집어지고 어쩜 내 인생에 가장 빛났던 한때가 스멀거리는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오늘은 내 인생의 어느 부분일까?

 

내가 아는 당신의 기억 속에 은사 영하스님의 기억이 있다면, 혹 노래라도 불렀다면 저에게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노쇠한 추억을 밀고 한번은 깔깔 웃으며 행복했던 당신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2022.10.3. 개천절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