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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양이 이름 미숙 10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22-11-24
조회수 62





목덜미를 집어 들면 천방지축의 고양이 새끼들이 아주 얌전해진다. 젖먹이 새끼들을 옮길 때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의 목덜미를 물고 이동을 하는데 그 이동을 돕기 위해서 유전적으로 진화했다고도 하고 본능적으로도 적응을 한다고 하는데 가끔 미숙이를 습관적으로 이렇게 잡을 때가 있다. 그러면 미숙의 표현이 상당히 고통스러워지고 자기는 이제 늙어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몸부림 때문에 나의 순간 실수를 인정하고 두손으로 꼭 안아준다.

 

미숙의 나이가 이제 노년이다. 아직도 집안의 보스이지만 행동은 느려지고 표정은 노회했다. 천연덕한 몸짓을 볼라치면 뻔한 속내를 알 수가 있고 나를 짐짓 무시하는 본인의 욕구가 늙어 간다는 신호인지 어떤 슬픔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다.

 

깊은 산에 계시던 도반이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왔다. 당신 처소에서 죽고 싶다고, 환자의 권리로 퇴원을 할 수는 없는지 알아달라고 하는데, 의사선생님 지시를 따라야한다고 수술도 하고 몸관리 잘하고 있으면 다음주에 면회 갈테니 부디 병원지시를 따라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단 몇일만에 심정지가 와서 돌아가셨다고, 부음을 전할 틈도 없이 유언대로 화장을 했다는 유족의 전화를 받고 망연자실 벌써 2주가 지났다. 이곳에서 초재를 지내고 도반들의 절에서 돌아가면서 49제를 모시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강단있는 도반은 어쩜 한소식을 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늙은 미숙의 얼굴에서 내가 선택할 이별은 무엇일까? 이렇게 그리워 할 많은 이유들이 내 삶의 참회가 될 것인지, 너와 나의 관계설정이 나의 홀로서기가 될 것인지 의문이지만 미숙이도 나도 남은 시간에 대한 당당함이면 좋겠다는 바람. 이별도 삶이고 그리움은 더 큰 사랑이기 때문에 겨울 바람이 차갑지 않다.


2022.11.24.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