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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가 손이 시려서
잠깐 들어와 찬한잔 하고 나갈려고
들어와 이 편지 씁니다.
가지 끝 부분에
매실 꽃이 몇 개 피었습니다.
가끔은 만개한 화려함보다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이런 모습이
감동입니다.
봄이 늦기도 하고
지치기도 할 즈음에
기온은 왜 이리도 차가운지
감자밭 일구고
두둑 만들고 멀칭해서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감자씨 심어야 할텐데
마음만 바쁘네요.
살구꽃도 필려고 합니다.
목련도 끝 가지에 피어나고
복숭아 꽃도 핍니다.
무심의 노가다가
이럴때 행복합니다.
텅빈 머리에 환한 빛으로 가득차지는 느낌
사람을 만나 행복할 확률보다
꽃을 만나면 무조건 행복해지기 때문에
백락사 정원에서
저는 행복합니다.
그 나머지 무수한 머리아픔들을 쉬어 갑니다.
녹여진 몸에
갈아 엎은 흙내음이 베어 있습니다.
흙의 빛깔도,흙의 냄새도
엄숙합니다.
그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고 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따뜻한 차한잔이 고맙고
꽃다지 작은 꽃도 아름답습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조바심임을 확인하며
때되면 땅 갈고
씨앗 뿌리고 생명이 자라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보면서
해마다 행복했던 봄이 아니었던가?
이 봄도 그렇게 저는 행복해야지?
행복할 시간도 없는데
불행을 억지로 고민하면서 사는 내모습이
웃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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